맘 불편한 취업준비생 도서관에서 시험 준비

#사례1. 취업 준비생 김민준(30)씨는 올 추석에 고향인 군산에 내려갈 생각을 접었다. 청주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해 부모님과 친척을 뵐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표가 없어 못 간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명절에 자식 걱정 하시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차라리 그 시간에 취업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사례2. 올 해 코스모스 졸업을 한 이영은(25·여)씨는 추석 이후 완치를 목표로 연휴 전에 코 성형수술 계획을 잡았다. 9월 말에 있을 청주 모 기업의 공채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 비해 추석 연휴가 길지 않지만 코 수술의 경우에는 다른 수술에 비해 붓기가 빨리 빠져 가능하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 씨는 "고향인 일산에 가서도 수술은 할 수는 있지만 많은 가족들에게 취업 때문에 수술한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내려가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즐거운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취업 준비생에게 명절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지난달 24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서 충북 지역 4년제 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49.8%로 대전 49.3%에 이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도내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현실이 여의치 않자 추석 명절을 반납하고 취업 공부나 성형수술,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 준비생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 8월 충북대학교를 졸업한 최모(28)씨는 행정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졸업까지 유예한 채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올 해 졸업과 동시에 모 기업체 공채를 준비하고 있지만, 추석 연휴가 빨라지면서 공채 시험이 추석 이후로 정해졌다. 이에 최씨는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또래 친구들과 스터디를 계획하고 있다.

최씨는 "집에는 시험 준비로 어쩔 수 없이 못 내려간다고 이야기 했지만 사실 그것이 아니라도 고향에 내려가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집에 내려가면 친척들로부터 공무원 시험은 어떻게 됐냐는 둥 허송세월 운운할 것이 뻔해 내려가지 않는 것이 차라리 속편하다"고 털어놨다.

반면 추석 연휴를 맞아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와 흥덕구에 위치해 있는 유명 성형외과의 경우 추석 연휴 간 눈이나 코 수술 등 성형 수술 예약이 모두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구 북문로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붓기가 빠지는 눈, 코 부분을 수술하는데 예약자들이 늘고 있다"며 "대체적으로 20∼30대의 젊은 층에서 면접을 대비해 이미지 개선용으로 수술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추석 연휴 기간 '돈 벌이'를 위해 꿀맛 같은 연휴까지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른 바 '점오배족'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오배족은 취업 대란 등을 이유로 명절 연휴 때 고향 방문 대신 평상 시 보다 '1.5배'의 임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을 부르는 신조어다.

추석 연휴 동안 상당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인 대학 2학년 김모(21)씨는 "집이 충주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지만 명절이 달갑지 만은 않은 데다 돈도 필요해 고향 대신에 평일 보다 만원 더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선택했다"며 "게다가 최근에 다니는 대학이 부실대학으로 보도되면서 마음을 더 굳혔다"며 고개를 숙였다. /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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