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구조조정 후폭풍]

3조원대 자산을 보유한 저축은행 순위 2위인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을 포함해 모두 7개 저축은행이 18일 영업 정지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 미만 등 법적 요건에 해당하는 토마토와 제일, 제일2, 프라임, 에이스, 대영, 파랑새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중 토마토와 제일저축은행의 총 자산이 각각 3조8천억원, 3조3억원대에 이른다.

◆지역 저축은행들 갈길 "아직 멀다"=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일괄적인 이번 구조조정으로 일단 시급한 부실을 도려내고, 유동성도 확충해 기초체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살아남은 지역 저축은행들도 여전히 난제가 많아 '갈 길은 멀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1차적으로 금융당국이 처리를 미루고 있는 잠재부실이 가장 큰 관건이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서민금융 시장에서 지속적인 생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괄 경영진단으로 그 동안 베일 속에 가려졌던 저축은행들의 속내가 속속 드러났다. 대표 저축은행인 토마토는 BIS비율이 기준치인 5%에 한창 못미치는 마이너스 11%였고, 에이스의 경우 무려 마이너스 51%로 나타났다. 자산 2조원이 넘는 다른 대형사들마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저축은행의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살아남은 저축은행중 일부는 대주주 증자를 비롯해 계열사와 본지점 사옥까지 매물로 내놓으면서 간신히 커트라인을 통과했다. 불안심리 확산에 따른 추가적인 뱅크런 사태(대규모 예금인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연내 추가로 영업이 정지되는 저축은행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내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이 '변수'= 문제는 내년 이후다. 올 하반기부터 줄줄이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권이 당장 '발등의 불'이다. 정부가 필요한 경우 후순위채권 매입 등을 통해 자본확충을 지원해주기로 한 만큼 그나마 기댈 언덕이 생겼다.

임시방편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도 변수다. 2013년까지 2년간 시간을 벌긴 했지만 그때까지 부실사업장이 제대로 정상화되지 않으면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 대형 저축은행이 넘긴 부동산PF 부실채권 규모는 1조1천억원에 달한다.

역시 저축은행의 상황을 감안해 유예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이 오는 2016년부터 적용되면 부실인식 기준이 깐깐해지는 것은 물론 계열회사 부실도 함께 인식하게 돼 저축은행 업계 전체가 다시 기로에 놓일 수 있다.

경영진단 과정에서도 당초 일시에 반영하도록 한 대출모집인 비용 등을 대출기한에 걸쳐 나눠서 처리하도록 허용하는 등 일부 회계처리 항목에서 저축은행의 사정을 눈감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들이 이번에 부실을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저축은행들이 향후 지속적인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구조조정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다시 부실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이번 구조조정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며 "저축은행 업계가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으면 부실사태는 또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충북 도내 저축은행들은 안전한가= 실제 충북의 경우 저축은행중앙회 공적자금이 투입된 하나로저축은행이 그동안 BIS비율이 가장 낮았으나 지난해말 기준으로 8%를 넘어섰고, 올해 들어 추가 부실발생이 거의 없어 경영지표는 양호하다.

청주저축은행도 BIS비율이 15.15%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08%보다 1%가량 상승했으며 자기자본이익률이 4.42%로 지난해 -16.10%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6월 -20억원에서 올해 6월말에는 4억원으로 무려 24억원이 증가하는 등 경영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또 한성저축은행의 지난 6월말 자산은 1천783억원에 자기자본 159억원, 영업이익 38억원, BIS비율 10%대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도내 저축은행들의 경우 적기시정조치 기준이 되는 자기자본비율이 5%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아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내년 향후 지표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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