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조승희 전 언론인

#. 정부가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안전성이 검증된 감기약 수퍼 판매를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대한약사회의 조직적인 반대투쟁과 로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약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늘 국민의 이름을 앞세우며 큰소리치는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개정안의 공도 넘어 오기 전에.

중앙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4명 중 약사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단 한 사람뿐이다. 9명은 반대하고 14명은 유보입장이라고 했다.

보건복지위 의원들의 뜻이 이렇다면 약사법 개정안은 아예 상정도 안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과 관련, 약사회 회원들의 집단 표심 앞에 무릎 꿇고 말았다. 국민들의 편익보다는 이익집단의 또 다른 '무엇'이 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다.

#. 국회의원들이 감기나 두통 증상이 있을 때 자신들이 약국에 가서 직접 약을 사 먹을까. 아니다. 그들은 시킨다. 보좌관이나 또는 사무실 직원에게. 그렇지 않으면 주치의에게 달려갈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약국에서 감기약을 어떻게 팔고 사는지 전혀 모른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감기약에 마약 성분이 들어 있고, 특정 해열진통제에는 간을 손상시키는 독성이 있어 약사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이 말은 약국에 가서 감기약을 사보지 않았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주승용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 술 더 떴다. "약은 안전하게 먹는 게 중요하지 편리하게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이 편리하다는 말인가. 도통 모를 소리들만 하고 있다.

#. "엄마가 감기약 좀 사오래요"하면, 심부름 온 아이에게 감기약을 파는 곳이 약국이다.

두통약과 소화제도 마찬가지다. 복약지 같은 것은 아예 없다. 이같은 현실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네 국회의원들만 모르고 있다. 아니, 애써 모른척하는 것 같다. 그러니 국민들의 편익은 개차반이다.

이들은 궤변과 막말에 능하다. 그래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게다. "감기가 죽을병이야. 아니 심한 몸살로 밤새 죽어. 그러니 다음날 약국 가서 약 사먹으면 되는데 왜 야단들이야."라고. 아주 고약하다. 정말로 혼쭐이 나야 한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국민의 편익을 챙긴 사람이 있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다. 그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의약품 수퍼 판매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신 있는 의정활동에 박수를 보낸다.

#. 이들은 예전에 이랬었다. 연단에 올라가 넙죽 큰절을 했다. 그러나 연단 아래서 절을 받는 사람들 시큰둥했다. 그러나 큰절을 한 사람은 일어서서 또다시 두 손을 모으고 반절을 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여러분. 제가 국회에 들어가면 여러분들의 심부름꾼으로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저 만한 일꾼이 어디 또 있습니까."

전통시장에도 갔다. 생선가게 주인의 비린내 나는 젖은 손을 덥석 잡았다. 채소가게 아주머니에게도 살갑게 인사 했다. 인사말은 똑같았다. "여러분들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결 하겠습니다. 저를 머슴으로 써 주세요. 저를 꼭 국회로 보내주세요. 믿겠습니다."

환경미화원과 청소하고, 새벽시장에 나가서는 막일꾼이었다. 그리고 난 후 "정말로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선 인사 현수막을 곳곳에 내 걸었었다.

이처럼 큰절하고 머슴이라고 자처했던 '유세현장'의 초심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면, 정부의 약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이유 없이 '탕 탕 탕' 통과될 것이다.

"얘야, 슈퍼 가서 감기약 좀 사와라." 주인들의 뜻이고 머슴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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