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대학들이 몰매를 맞고 있다. 이는 정부가 재정지원·대출제한 사립대, 구조개혁중점추진 국립대를 선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정부와 교과부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그 목표로 내어놓고, 취업률과 충원률을 제1의 평가기준으로 대학을 서열화한 후, 모든 대학에 순위와 퇴출의 공포로 으름장을 놓으며 정부가 내놓은 방향으로의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와 보수언론만 대학에 몰매를 주는 것도 아니다. 터무니 없이 비싼 등록금, 사학재단의 심각한 부조리라는 도덕적 공분과 대졸자 태반이 실업자라는 경제적 불만은 시민단체와 시민들마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의 당위성에 동감하게 만들었다.

대학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정부건 시민이건, 보수건 진보건, 심지어 구조조정 대상 대학의 교수들까지도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이는 그 책임 소재와 해결책까지 공감 하는가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전달 29일 지역의 한 고교에서 강연을 하면서 "많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다니는 학생 2명중 1명이 취업을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대학에 취업률을 올리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데, 이를 수행하지 못하는 대학은 폐쇄되어야 할 것이다" 라며 대학의 책임을 질타하였다.

정부와 교과부의 현시적 요구사항(정부의 해결책)은 총장직선제 폐지, 학장등 공모제 도입, 대학이나 학과 통폐합이지만, 근원적 요구사항은 대학경영 나아가 학문, 대학문화의 경제논리 획일화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교과부의 현재 문제에 대한 책임과 그에 대한 개혁 담론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첫째, 구조조정대상 대학 선정의 제1의 기준이었던 취업률 미진에 대한 책임이 구조조정 대학에만 있는가. 이태백의 문제는 구조조정 대상 대학만의 현실이 아닌 우리 사회의 보편적 문제이므로, 그 근원적 책임은 고용증대 병행성장을 추구하지 않고 경제효율만 강조하는 정부정책에 있을 것이다.

둘째, 교과부가 내놓은 해결책인 총장직선제 폐지, 학장 공모제, 학과 통폐합 등이 대학생 취업률 나아가 현재의 이태백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채 개혁을 위장한 보수인사로 하여금 대학을 장악토록 하려는 의도 이외에 도무지 그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다. 셋째, 정부와 교과부가 일방적으로 법적 근거도 없이 취업률 기준으로 대학서열화와 통제를 통하여 대학의 경영 문제를 넘어 궁극적으로 대학의 학제, 학문 경향까지 통제하려고 함은 헌법상의 대학자치 원칙에 위배된다.

넷째, 대학이 존재이유가 취업이고, 학문의 존재 이유도 경제논리로 정해진다면, 대학은 취업학원과 무엇이 다르고,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은 왜 필요한가 의문이다. 대학은 매를 맞아야 한다. 그 매를 맞아야 하는 이유는 부도덕한 사학재단과 터무니 없이 높은 등록금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단기적 해결책, 장기적 의도와 반대로 대학은 보다 많은 운영의 자율성, 학문적 다양성, 인문학적 교양, 현실 비판적 지성을 지녀야 한다.

결국 정부와 교과부는 시민의 청년 실업에 대한 위기감, 대학 재단의 부조리에 대한 시민의 공분을 기화로, 그에 대한 정부 자신의 책임을 오히려 대학에 전가하고, 자신들의 신자유주의라는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대학에마저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정부는 비싼 등록금을 받고도 학생을 취업도 못 시킨다며 대학에 매를 들기 전에, 대학의 비싼 등록금과 사학재단의 부조리를 이제껏 방치하고, 이태백을 양산하면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 자신에게 먼저 매를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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