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이숙애 청주시자원봉사센터장

"그 사람은 그래도 착하잖아!" 한 단체의 회장이 심각한 업무상 과실을 저지른 구성원을 감싸기 위해 했던 말이다. 잘못은 했으나 평소 착한사람이니 문제 삼지 말자는 주장이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그가 '착한사람'이라며 감쌌던 인물은 중요한 회의에서는 절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뒷담화로 동료간의 갈등을 조장해 그의 동료들이 매우 힘들어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전에 '착한 사람'은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어진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착한 사람'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양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을 '착한 사람'이라 칭한다. 즉, 자신의 말을 수용하면 '착한 사람'이고, 반론을 제기하면 '나쁜 사람'이며,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하지 않으면 '착한 사람'이고, 아닌걸 아니라고 말하면 '나쁜 사람'으로 치부한다. 어떤 이는 오히려 "뭣하러 욕먹어 바보같이, 절대 나서지마, 이제는 자기관리 해야지!"라고 충고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 만들기는 아이때부터 시작 된다. 손님이 왔을때 엄마 옆에서 혼자 조용히 노는 아이는 영락없이 '착한 아이'이다. 그러나 아이들끼리 놀다가 싸우거나 자기 주장을 하는 아이는 '극성맞은 아이'로 평가된다. 필자 또한 유아기에 어른들로부터 '착한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 시골의 종가집이었던 필자의 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할머니께서는 늘상 필자를 가리키며 '저 아이는 항상 저렇게 얌전하고 착해'라고 강조하셨고, 손님은 '정말 착하네요'라고 응대를 했었다.

'착한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는 여자아이에게 더욱 치밀하게 이루어진다. '여자는 얌전하고 다소곳해야 하며,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극성맞은 행동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고 배운다. 동화책에서,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부분의 여자 주인공들은 착한여자와 나쁜 여자로 이분법적으로 구분된다.

신데렐라, 콩쥐, 백설공주의 공통점은 의붓엄마와 언니들에게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도 절대 항거하지 않고 인내한 끝에 훌륭한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되는 착한여자이다. 이는 여자는 순종해야만 행복해 진다는 그릇된 신화를 심어준다.

이러한 현상은 남성들에게도 종종 적용된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 하는 사람은 드세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폄훼하는 반면, 개선이 필요한사안이 발생했을 때 오히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기로 했어'라고 주장하며 다른이의 문제제기를 교묘하게 방해하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제기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근 '안철수 신드롬'과 '도가니 신드롬'은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안철수씨는 의사이지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고, 모범적인 기업인으로서, 학자로서 칭송을 받고 있다. 안씨는 또 전국을 누비며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과감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편 영화 '도가니'는 청각장애인학교의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자행했던 성폭력 사건의 판결과정에 대하여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며 고발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절규에 전국이 공감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분출되어 나오는 것이라 강조하고 싶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모르는 척 눈감는 세상이 아니라, 아닌걸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착한 사람'이 인정받는 세상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조용한 아이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사람을 착한사람이라고 왜곡시키는 문화가 없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이제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진짜로 착한사람과 착한 척하며 사는 사람들을 구분할 줄 아는 성숙함이 널리널리 퍼져서 진짜로 착한 사람이 대우받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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