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홍석원 진천우체국장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황금들녘은 울긋불긋 물들은 단풍과 함께 조화를 이뤄 풍요롭고 여유로움을 주며 가을의 정취와 낭만을 만끽하게 한다. 가을에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축제와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가을축제의 원조이자 대표는 초등학교 운동회라 생각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운동회를 대부분 추석 다음날 개최했는데 시골지역이라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면민화합의 행사였다. 이날은 객지에 나가있는 친인척들도 참여하고 마을 주민 등 모두가 다함께 즐기는 연중 가장 큰 축제였다.

최근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초대를 받아 꿈나무들의 뛰고 달리는 광경을 보면서 잠시 어린시절을 회상하고 옛 친구들을 그려 보였다. 만국기가 바람에 흩날리고 응원하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내가 근무하는 우체국이 초등학교와 인접해 있어서 학생들의 등하교 광경도 보고 뛰노는 모습에 즐거움을 얻고 있다. 바로 옆에 있다 보니 우체국이 어린이들의 놀이장소도 되고 친구나 부모님들과의 만남의 장소가 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몰려 와서 시끄럽게 하면 업무에 방해도 될 수 있지만 먼 훗날 이들에게는 우체국이 가장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기관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더 편안하게 놀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부임했을때 우체국 주변에 과자봉지와 같은 휴지 등이 버려져 있어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다 우체국 청사 벽면에 다양한 기초 질서와 관계되는 글귀를 부착했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린이들이라 효과가 바로 나타나 휴지·쓰레기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아이가 버린 것을 줍는 학생도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서서히 교육이 되겠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변화가 올 줄은 몰랐다.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천진스러움을 다시 한번 느끼고 이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교훈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체국 주위를 보면 담배꽁초도 많이 발견되는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질서의식이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 어린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으로서 밝고 씩씩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이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사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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