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전임 대통령의 품위 유지와 기념사업 보장을 위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로 퇴임 이후의 사저확장 사업을 국가가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해놓았다.

그러나 사저 증개축의 규모가 항상 상식수준을 넘어서면서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마포구 연희동 818.9㎡의 부지에 대대적인 증축을 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도 정권 말기에 서울 연희동에 437.4㎡의 부지를 매입해 저택을 지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살고 있던 377㎡ 규모의 부지에 기존 집을 허물고 IMF 시절에 대규모 사저를 신축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연면적 654.55㎡의 동교동 옛 집터에 단독주택을 새로 지어 입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생가인 김해 진영읍 봉하 마을에 4천290㎡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사저를 지었다.

그런데 최근 시사저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에 사저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도 벌써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에 현직 민주당 의원들이 현장답사까지 나섰다.

여론이 악화되자 한나라당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11일 청와대에 "국민정서를 감안해 경호동이라도 대폭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퇴임 후 성주로 살겠다는 것이냐.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지나치다. 노무현 마을 내지는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현 서울시장 후보인 나경원 의원은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정부예산을 들여 봉하마을 주변을 개보수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세금을 주머니돈처럼 쓰겠다는 발상이 매우 경이롭다.

노 대통령께서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비판의 날을 세운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경호시설 부지매입 가격은 2억5천900만원이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경호시설 부지는 42억8천만원으로 15배나 된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나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초청 KBS토론'에 출연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개진했다.

이 대통령의 사저 준비는 토지매입부터 아들 명의로 구입한 점, 사저매입에 들어간 자금의 출처를 놓고 말들이 많다. 결국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과 편법 증여라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비난했던 한나라당이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을 강조하면서 경호실 축소를 요구하는 것만 보아도 한나라당의 불편한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민의 마음을 알아주기 어려우면 위로라도 해 줘야 하는데 위로는 커녕 그냥 피 맺히고 멍 맺힌 가슴을 또 찌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도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못 읽는 것 같다"며 "집이 없는 게 아닌데도 퇴임 후에 살 집을 구한 것이 일반 국민이 보기에 너무 과도했다"며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본인 스스로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기 때문에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여러분! 제가 생각이 짧았고 잠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짤막하지만 솔직한 언어로 사저논란을 백지화하는 이 대통령의 발표를 기대한다면 과다한 희망사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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