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광수·사회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16일 저녁 6시 청주의 한 빌라에서 젊은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5평도 안 되는 좁디좁은 방안에 남겨진 것이라고는 다 타버린 연탄, 빈 소주병 3개, 그리고 힘들게 눌러쓴 몇 장의 유서뿐이었다. 유서의 내용에는 사업실패로 인한 심적 부담, 연이은 고시공부 실패에 대한 미안함, 평소 앓고 있던 우울증에 대한 내용 등 안타까운 사연들이 적혀 있었다.

최근 도내 자살 사건이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최근 충청지방통계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충북 도내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9명으로 2000년보다 무려 18.1명이나 늘었다. 한국이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비단 충북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유독 한국 사회에서 자살이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살을 개인의 심리적 고통으로 치부하며 죄악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자살을 개인적 문제로 발생하는 단일요소로 보기보다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환원시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뒤르켐은 1897년 발표한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은 사회적 현상이며, 자살의 원인 역시 사회적 문제"에 있다고 주장하며 자살의 원인을 '사회적 유대'의 부재로 봤다. 즉, 개인이 사회에서 고립돼 멀어질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16일 숨진 이들 모두 하소연할 곳 없이, 자신만의 고민을 가지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결국 집단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누구 하나 이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주거나, 사회의 테두리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것이다.

경제불황, 청년실업, 입시경쟁, 우울증, 한국 사회에 걸쳐져 있는 고통과 불안의 요소들은 결국 개인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집단 간의 소통과 유대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주변에 소외된 이웃과 가족과 친구의 고민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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