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곳 없는 아이들 또 거리로

가정불화나 해체, 폭력 등으로 가출 청소년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청소년 쉼터가 예산부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거리로 내몰린 청소년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 가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중장기 쉼터가 없고, 쉼터 내 상담교사 부족으로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등 적극적인 지원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24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현재 도에서 예산지원을 통해 운영 중인 청소년 쉼터는 3개소로 모두 청주 지역에 설치돼 있다.

청소년 쉼터는 성별과 보호 기간에 따라 분리돼 운영되고 있으며, 24시간 이내의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을 위한 '일시 쉼터', 최소 2주에서 최장 6개월까지 지낼 수 있는 '단기 쉼터', 최장 2년까지 지낼 수 있는 '중장기 쉼터'가 있다.

하지만 충북 도내 가정불화나 해체, 폭력 등으로 장기간의 보호가 필요한 가출 청소년을 위한 중장기 쉼터의 경우 현재 남성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는 쉼터만 설치돼 있고 여성 가출 청소년이 장기적으로 지낼 수 있는 쉼터는 운영되고 있지 않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여성 청소년 중장기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곳은 충북 지역이 유일하다.

도내 모 쉼터 A교사는 "여성 중장기 쉼터가 도내에 설치돼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단기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과 장기 보호가 필요한 학생을 동시에 수용하고 있다"며 "상담· 재활 프로그램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기와 장기 보호 청소년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실정에서는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충북도에서 여성 청소년 중장기 쉼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충북도 사회복지계획에 포함하고 있으나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설치나 예산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내년에도 설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쉼터의 경우 청소년 보호 업무인 만큼 휴일 없이 24시간 운영되다 보니 한 교사가 2주에 한 번꼴로 주말 당직 근무를 하거나, 일주일에 1.5회 정도 평일 야간 당직을 보고 있어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가정불화나 폭력 등에 노출된 청소년이 대부분이다 보니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교사들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에게 제출받은 '2011 가출청소년과 청소년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쉼터에서 일하는 교사 및 직원 10명 중 7명이 쉼터 청소년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모 쉼터 B교사는 "일부 청소년들이 쉼터를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제지하는데 학생 한 명이 손가락을 물며 반항했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하소연 했다.

도청 관계자는 "부족한 청소년 쉼터 문제는 비단 충북의 문제만이 아닌 전국적인 문제다"며 "도 차원에서 가출 청소년 보호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를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쉼터 내 인력 문제에 대해 "근무 환경 문제는 도에서 관여하기 보다는 쉼터 자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도에서는 해당 쉼터가 자격이 있는 가, 혹은 제대로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것만 확인하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 박광수

ksthin@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