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 제2사회부장 / 충주 >

많은 사건과 사고로 얼룩졌던 한 해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저물고 있다.

희망찬 다짐으로 한 해를 시작했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편한 구석이 없는 1년이었다.

지난해 연말에 발생한 구제역은 지난 4월 중순까지 무려 150여일 간 전국적으로 크게 확산되며 온 나라를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다.

평생 자식처럼 키워온 가축을 땅에 묻은 농민들이 시름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고 구제역 방역에 나선 공무원도 과로로 8명이나 숨졌다.

경제적으로는 유럽발 금융 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으며 우리 나라 경제도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휘청거리며 '저성장 고물가'가 지속됐다.

특히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물가가 치솟을 대로 치솟아 서민들은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연말인 이달 들어서는 그동안 가격 인상을 미뤘던 식음료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며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경제가 이런데도 정부의 안이한 대처는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크게 불안한 상황이다. 여당 국회의원의 비서가 선관위에 디도스 테러를 감행해 수사를 받고 있고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류돼 쇠고랑을 차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박근혜 전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쇄신을 다짐하고 있다. 역시 국민들로부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민주당도 복잡한 당내 사정 속에 시민사회세력과 한국노총을 포함시켜 지난 16일 가까스로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 정치권은 국민들은 뒤로 한 채 우선 자당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가운데 한미FTA 문제로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며 새해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 회기를 넘겼고 자칫 해를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가 지난 1990년 이후 법정 시한을 지켜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다섯 번에 불과하다.

이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15번이나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 중 12 번은 정기국회 회기를 넘겨 임시회에서 처리했다.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올해를 열흘 정도 남긴 시기에 터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은 전 세계를 메머드급 충격 속에 몰아 넣었다.

충격적인 일은 우리 정보 당국은 물론, 외교·안보 라인조차 이같은 사실을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보력 부재는 이미 천안함침몰 사태나 연평도폭격 사건에서도 큰 질타를 받았다. 정부는 일이 터질 때 마다 "앞으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이번에도 다시 한 번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의 안위와 평안을 책임지는데 노력해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가치를 잃게 된다. 어쨋든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개인의 삶이나 국가 경영이나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반성하며 이를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정작 중요하다. 오늘 아침 노트북을 켜자마자 짧은 글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조수가 물러간 자국은 지저분하다. 그러나 한때의 자국만으로 낙심할 일이 아니다. 조수는 다시 밀려와 만조가 될것이며 아름다운 물결이 괴로운 날의 수심을 잊게 할 것이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다. 국민들은 살얼음판을 걸으면서도 또 한 번 속는 심정으로 희망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꼭 국민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정부와 정치권이 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