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아이돌그룹으로 통하는 '신화'가 4년만에 가요계로 복귀하는 등 '1세대 남성 아이돌그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8년 데뷔한 신화는 2008년 3월 10주년 공연 뒤 일부 멤버들의 군복무 등을 이유로 공백기를 가졌다. 3월 정규 10집을 발표하며 컴백한다. 같은달 24,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14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연다.

지난해 말에는 1990년대 후반을 풍미한 그룹 'H.O.T'가 재결합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HOT 리더 출신 문희준(34)이 OBS TV '김구라 문희준의 검색녀' 녹화에서 "HOT의 재결합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문희준은 "올해(2011년)초 막내 재원이 전역할 때 재결합 이야기가 불거졌었다"며 "이후 시기와 방법이 거의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부조건 등이 맞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면서 "지금도 계속 논의 중"이라고 알렸다.

이와 함께 "멤버들은 재결합 의지가 있지만 소속사가 다르다 보니 서로 제시하는 조건들을 조율하기가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멤버들끼리는 "일단 뭉치더라도 우리를 만들어 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이수만 선생님이 해주는대로 토를 달지 않고 하는 것"에 우선 합의했다고 밝혔다.

HOT의 또 다른 멤버 토니안(34)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당장 재결합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재결합 등 연초에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나눈 것은 맞다.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딱 하나다. '(재결합) 한다면 너무 늦기 전에 하자!'라는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1996년 '전사의 후예'로 데뷔한 HOT는 '캔디' '행복' '백 투 더 퓨처' 등의 히트곡을 냈다.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god 역시 최근 컴백 설에 휘말렸다. 1999년 '어머님께'로 데뷔한 god는 2005년 7집 '하늘 속으로'를 끝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2004년 배우 활동을 위해 팀을 탈퇴한 윤계상(34)을 제외한 김태우(31) 데니안(34) 손호영(32) 박준형(43) 등 네 멤버는 개별 활동에 주력 중이다.

최근 네 멤버가 앨범을 내자는 뜻을 모았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김태우의 결혼식에서 윤계상을 포함한 5명이 함께 찍은 사진은 재결합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부채질했다. 김태우 측 등은 재결합을 일단 부인했다.

그룹 '슈퍼주니어', '빅뱅', '2PM', '샤이니', '비스트' 등 신화·HOT·god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성 아이돌그룹들은 많다. 옛 남성 아이돌그룹들로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요계는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산업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이다.

산업적인 면은 음반 판매 등 시장 관련이다. 신화·HOT·god는 앨범을 100만장 안팎씩 판매하던 팀들이다. 유통구조가 완전히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금은 꿈꾸기 힘든 수량이다. 슈퍼주니어 5집 '미스터 심플'의 30만장이 지난해 최고 판매기록이다.

신화·HOT·god가 음반을 발매하면 최소한 슈퍼주니어 이상은 팔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신화창조'·'클럽HOT'·'팬GOD' 등 세팀의 팬덤은 대단했다. 동원력뿐 아니라 조직력도 막강했다. 더구나 요즘 세대와 달리 음반의 물리적인 촉감을 아는 이들이다. 음반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SM엔터테인먼트 이사이기도 한 HOT의 강타(33) 등 세 팀의 개별 멤버들이 구축한 연예계 입지는 음원 수익 분배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이 컴백하면 유통업체에 편중된 음원의 수익금 비중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일각에서는 한다.

무엇보다 그러나 이들에게 관심이 다시 쏠리는 데는 정서적인 면이 크다. 슈퍼주니어 등은 아무래도 기획사의 산물에 가깝다. 멤버들의 각 개성이 토대지만 이미지가 철저하게 계산됐다는 인상이 짙다.

신화·HOT·god 역시 기획사의 산물이다. 그러나 아이돌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기 전인 만큼 '날 것'의 이미지가 강했다. 신화의 리더 에릭(33)이 최근 개설한 신화의 트위터에 "항상 모든 면에서 1등은 아니었고 항상 모범적이지 못했고 사건사고도 많았던 신화"라고 고백했듯 이들은 최근 아이돌그룹에 비해 사건·사고를 많이 겪었다.

따라서 반항아 등의 이미지가 투영됐다. 이들이 전성기를 누린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IMF 사태를 겪은 청소년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효과도 있었다. 그 만큼 세 팀은 팬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인식도 함께 안겼다.

지금은 듀오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와 그룹 'JYJ'(김재중·박유천·김준수)로 쪼개져 있는 그룹 '동방신기'까지는 이러한 느낌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 또한 기획사가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는 이미지가 최근 그룹들보다는 덜하다.

가요계 관계자는 "인기 남성 아이돌그룹들은 철저한 계획으로 만들어졌다는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환상의 이미지가 덧대있다"며 "이에 반해 예전 그룹들은 아이돌이면서도 인간적인 면이 늘 노출돼 있었다. 신화·HOT·god가 다시 부상하는 것은 비슷한 스타일의 인위적인 아이돌그룹 양산에 대한 반감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세계에 불고 있는 K팝 붐의 발판을 만든 그룹들이라는 점에서 재조명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룹 'S.E.S'와 '핑클' 등 여성 아이돌그룹의 재결성에 대한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신비감이 주축인 여성 아이돌은 젊다는 게 장점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나이가 들면 신비감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이에 따라 그룹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남성 아이돌들은 나이가 들어도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데 반해 여성 아이돌들이 연기나 뮤지컬 쪽에 집중하는 경향도 재결성에 대한 기대를 줄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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