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전원 前 청주교육장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당신 눈에선 피눈물이 날 것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면 자신은 틀림없이 그 이상의 피해를 입게 되므로 항상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해야 됨을 이르는 경종이다.

고속도로에서 비상등을 깜빡이며 피해 달라는 뒤차의 신호에 따라 차선을 양보하고 제한속도대로 가고 있는데 추월한 관광버스가 앞의 화물차를 추월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되는 사고를 내고 말았다. 과속차량들의 연속 추돌로 사망자도 있었다.

같은 직장에서 총각 하나를 두고 두 명의 미혼여성이 쟁탈전을 벌이다 학력과 가정환경면에서 조금 처지는 노처녀가 물러섰다.

몇 달 후 사내커플로 결혼한 이들이 허니문에서 돌아오다 교통사고로 신부는 사망했고 신랑은 머리를 크게 다쳐 장애자가 되었다. 양보하면서 제발 행복하길 바랐었는데.

내신 성적 1등급 확보를 위해 건강을 해칠 정도로 학력향상에 열중인 딸에게 건강한 것이 가장 좋은 능력이니 1등급은 양보함이 좋겠다며 아버지와 함께 매일 아침 조깅을 했다. 마음을 비워서 그런지 그때부터 학력이 쑥쑥 올라가기 시작했다. 양보했던 학생은 가고 싶은 대학을 갔다.

인과응보 라고 누군가를 도와주면 언젠가는 복이 되어 돌아오고,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한다.

이런 말은 잘 몰라도 사람으로서의 도리는 알기에 남들이 쉽게 나서지 않는 일에 재볼 겨를도 없이 덥석 나서는 것은 배려에 터한 인정의 표출이었을 것이다.

만삭의 임신부가 친정아버지의 위급상황 소식을 듣고 택시를 타고 가다가 출산의 통증을 호소한다. 택시기사의 부축으로 산부인과를 찾았으나 의사가 없어 안 된다기에 입원실이라도 빌리자고 했으나 빈 곳이 없단다.

할 수 없이 대기실 소파에서 옥동자를 출산했는데, 친정아버지는 별세란다. 병원보다 택시기사의 배려가 더 좋았나 보다.

몽골계 다문화 가정 2세인 중학생 세리는 우리말도 잘하고, 키도 크고, 운동도 잘했으며, 공부도 잘했다.

자모회의에 참석한 어머니로 하여 다문화 2세임이 친구들에게 알려졌다.

'다문화'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견디기 힘든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를 옳지 않다고 생각한 실장이 세리와 가까이 지내며 학급 일에 적극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왕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실장의 배려가 큰 힘이 되었다.

설 전날 예매한 귀성열차표를 가지고 서울역으로 나온 할머니가 선물보따리와 소지품을 잘못 챙겨 기차표를 잃어 버렸다. 역무원에게 부탁하여 방송까지 했으나 허사였다.

이를 지켜보던 청년이 자기 차표를 전해주며 먼저 가시도록 하고, 자기는 서울역에 요청하여 발권상황과 승객 탑승상황을 점검 확인 후 분실로 인한 재 발권으로 입석이지만 다음 열차로 고향엘 갈 수 있었다. 마음씨 고운 청년과 서울역의 배려 덕택에 설은 잘 셌을 것이다.

법을 무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모르니 역천자라 제대로 되는 일이 없고 사람들이 돌아서지만,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순천자로 이웃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니 사람들이 절로 몰려든다.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는 이는 자신의 비행을 깨닫지 못해 반드시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하고, 철면피에 대한 인상은 잘 씻기지도 않으며, 바람직한 인간성의 회복은 참으로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고 했나보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떼 지어 목소리 높이는 억지스런 사람이 초법의 시행자가 되며, 아전인수와 말 바꾸기를 잘하는 게 선량들의 능력이고, 청소년의 밝은 미래보다 인기영합에 급급한 고위공직자들이 줄타기 존경을 받으며, 아직도 부당한 황금만능에 도취되어 소중한 자존심 팔아먹는 참으로 어리석은 시민들이 당당하기만 하다.

소망하노니 제발 저들의 일시적인 부정적 착각이 누군가를 배려하면서 서로 믿고 사는 살기 좋은 세상 만드는 긍정적 생각에 고정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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