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재식 저산교회 목사

후배들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초대되어 함께할 생각을 하면서 신입생 시절의 오래된 여러 매뉴얼들을 꺼내 보게 되었다.

교재, 강의계획서, 대학교 요람, 스크랩 북, 학생수첩들이 실어다 준 고풍(古風)의 운치가 초, 중등시절 새로운 학년에 새 책을 펼쳐보던 때처럼 똑같은 설레임들이 말벗이 되었던 시간이 지금도 상긋한 유물(遺物)처럼 나와 함께 한다.

사람들은 초, 중등교육에서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매뉴얼들로 촘촘하게 짜여진 과정에서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

최근에야 여러 대학들이 대학생활에 꼭 필요한 매뉴얼들과 정보들을 알려주는 귀중한 시간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일정들이 끝난 상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 밝은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하듯이 올 해의 매뉴얼들을 숙지하고 채비하는 삶의 오리엔테이션을 마련하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은 올 해도 여러 날들이 지나고 있는 지점(地點)에 폴대를 세우고 잘 측정된 선과악의 경계측량으로 바르고 고운 테두리 안에서 성취감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며칠 전 제주도에서 구입해 온 새콤달콤한 레드향을 건네주는 집사님의 레드향이 레위기에 등장하는 다섯 제물처럼 희생과 감사의 화평함으로 드려지는 제물이 되어 생활 속에서 서로 배우는 규례(規例)로 느껴진다.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결의식규례들이 필요했던 것임을 성경 레위기에서는 알려주고 있으며 레위기는 신앙인들의 생활지침서라고 말할 수 있고 끊임없는 인간의 본능과 욕심을 통제하는 방법은 하나님과의 바른 만남과 하나님께서 세우신 제도에 대한 순응을 통해서만 소유하게 됨을 학습하게 한다.

생활 가운데에서도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기에 하나님은 치밀한 매뉴얼을 준비하셨는데 그것이 규례이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온전하게 살아가는 도의(道義)들과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매뉴얼들이 레위기에 가득하다.

순간순간마다 준비하지 않고, 철저한 훈련과 매뉴얼 없는 삶을 살다보면 낭패를 볼 때가 많아진다. 주어진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과 업무와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이루는 길은 매뉴얼과 준비된 자신만의 강점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정례(定例)는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알아보게 하여 단정하게 자신을 가꾸듯이 삶의 거울인 정례는 삶 속에서 잘못된 결과를 줄이는 계기가 되기에 정례라는 거울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사람의 도리(道理)를 다하며 살아야 하고, 자기 삶의 시간표에 잘 맞는 매뉴얼대로 준행해야 하기에 대학생활 매뉴얼을 배우는 시간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하여 대학생활의 기초를 배우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시간은 누구나 만날 수 있고 누릴 수 있지만 가치 있는 시간으로 인정받는 시간들을 모든 사람들이 날마다 소유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삶의 패턴에 따라 폭풍처럼, 때로는 은은한 향기처럼 다가와 사람들의 인생에 머무는 것이 시간이다.

새롭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시간, 친근하게 나누고 아름답게 가꾸고 정성스럽게 심을 수 있는 시간을 누군가는 타인과 자신을 위해 심고 나누며, 가꾸고 적립하는 다양한 시간들로 시간양육자답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키운다.

또한 그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시간의 자선가로 시간기부에 동역하는 사람들이 더욱더 많아져야 한다. 만족함 없이 지치 줄도 모르는 시간 속에서 타인과 함께하며 나누고 기부할 수 없도록 흩어버리게 될 수도 있는 시간 앞에서 매뉴얼로 대면하자.

출발의 다짐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익숙함에 길들여질 수 있다. 누구든지 생활 가운데 곁에 두게 되는 여러 사용 설명서들이 사람들의 주변에 즐비하게 놓여지게 되는데, 특별히 삶의 사용 설명서인 성경을 정독하고 꼼꼼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성경의 매뉴얼대로 살아가는 삶의 학습자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 저산교회 목사

js12g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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