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충주시 제일로터리에 위치한 모은행에서 수표 한장을 든 초라한 행색의 60대 아주머니가 이 은행의 지점장에게 애처로운 부탁을 하고 있었다.
 사연인 즉 이 아주머니는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괴산에서 충주까지 나왔다가 작은 물건을 사기 위해 10만원권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고 은행에 들어가 부탁하는 중이었다.
 수표를 제대로 사용해보지 못한 이 아주머니는 퇴약볕 아래를 다니며 벌써 몇 군데서 현금 교환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상태였으며 많은 시간만 허비한 채 절박한 심정으로 그저 눈에 띄는 은행으로 들어가 마침 입구에 나와 있는 지점장에게 부탁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주머니로부터 전후 사정을 들은 지점장은 『수표를 발행한 은행에 가서 바꿔야 한다』는 말로 간단히 이 요청을 거절했다.
 은행 관계자는 타은행권의 수표를 받을 경우 금융결제원의 결제시간이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수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교환을 해줄 수 없으며 은행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만 고객관리 차원에서 교환을 해 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러나 은행에서 수표를 바꿔줄 경우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하고 수표뒤에 주소와 연락처를 기재 한 뒤 교환해주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어 이러한 은행측의 항변은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은행측은 수표에서 사고가 날 경우 해당인과 연락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 때문에 이를 피하고 있다고 말해 고객보다는 자신들의 편의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냈으며 고객도 사람 봐가며 차별한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다못한 고객이 자신의 돈으로 수표를 바꿔주고 은행에 입금시키면서 아주머니의 난처한 문제는 해결됐으나 은행을 나오는 아주머니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은행측의 홍보는 그저 사람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인가 봅니다. 은행문턱이 높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자주 들었지만 이렇게 높은줄은 몰랐습니다』
 아주머니의 주눅들은 푸념속에서 아직 고객위에 군림하고 있는 금융권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씁쓸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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