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부장/충주담당

폐기물처리업체의 폐기물 투기사건을 수사하던 경남 밀양의 한 경찰관이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사로부터 수사 축소 요구와 함께 폭언과 협박을 당했다"며 해당 검사를 직권 남용과 모욕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검찰과 경찰의 싸움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이 문제를 놓고 경찰 최고책임자와 검찰 고위 간부가 격한 말까지 주고받으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이날 "관할권이 없다"며 이 사건을 지방의 관할 경찰서로 옮기라고 지휘하자 경찰도 즉각 이에 반발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검찰은 문제 있는 경찰을 잡아들이고 경찰도 문제 있는 검찰을 잡아들이면 두 조직이 모두 깨끗해지지 않겠느냐. 그러면 국민이 오히려 이익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전날 검찰의 반박 브리핑을 문제 삼아 "개인 문제를 조직(검찰)에서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절도나 사기, 이런 것은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이건 공무집행 과정상 문제여서 그런 사고방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 청장은 이 사건을 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했고, 경찰은 필요하면 해당 검사를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사가 해당 경찰관에게 과잉수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적절한 수사 지휘를 했을 뿐 폭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청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는 이날 "형사소송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범죄지나 피고소인 주거지를 관할하는 경찰관서로 이송해 수사하는 게 맞다"며 경찰청에 사건 이송을 지휘했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굳이 경찰청에 고소한 이유는 외압으로부터 자유롭게 수사해 달라는 취지인데 사건을 관할 경찰서로 이송하라는 것은 사실상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재지휘 건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사건을 놓고 검·경 수뇌부까지 나서 조직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는 내막에는 누가 보더라도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계속돼 온 검·경 갈등이 본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누구랄 것도 없이 두 기관 모두 국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층간 소음을 둘러싼 사건을 두고 검·경이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사건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넘어가 애꿎은 주민만 고통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갈등을 빚으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검·경의 갈등은 지난해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다툼을 벌였던 검찰과 경찰이 쉽게 앙금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기관답게 법절차에 따라 사건의 진상을 가려야 하는 것이 의무다. 두 기관의 이같은 행태는 각자 자기 조직의 이해관계에 얽매인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사건 성격이 양대 조직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 수사하는 사건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이 경우, 검·경 밥그릇 싸움의 피해자는 고스란히 국민이 된다.

두 기관의 싸움에 국민들이 멍들어서는 안된다. 수사권 조정 취지는 수사기관의 과도한 권한행사를 막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자는데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수사의 주체가 누가되느냐 하는 문제보다 나와 관련된 사건이 얼마나 공평하게 처리되느냐가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조만간 수사권 조정에 대한 법제처의 심사 결과가 나온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검·경은 국민을 볼모로 한 그들만의 싸움과 갈등을 자중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자기 조직의 이해관계보다는 국민들의 신뢰가 가장 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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