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앞으로는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나면(0∼5세) 나라에서 공짜로 교육을 시켜주고, 공짜로 양육까지 시켜준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하고, 점심도 공짜로 제공한다.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것은 물론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청년에겐 반값 등록금 정도(1천200만원 정도)를 지원한다. 군대에 가면 월 30만원∼40만원 정도를 받아 제대후 630만원∼840만원이 든 통장으로 받아 나온다. 중소기업에 미리 입사하면 대학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취업자에게 구직 촉진수당을 준다. 직장내 비정규직은 해소되고 현행 57세 안팎의 정년은 60세로 늘어난다. 노인이 되면 기초노령연금이 2배로 늘어나고 큰 병에 걸리면 병원비도 나라에서 대준다."

살기 좋은 복지국가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4·11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풀어놓은 공약 보따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유명한 구호는 '경제'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경제' 공약을 믿고 국민들이 표를 몰아줬다. 그러나 747 경제공약은 공수표였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들은 여전히 '경제'를 살리라고 외친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다. 중산층이 분괴되고 양극화가 심해진 탓이다.

이번 총선 공약의 화두는 '경제'가 아닌 '복지'다. 이명박 정권의 '경제 공약'이 실패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여야 가릴 것 없다. 정당 간 공약의 색깔과 차별성도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19대 총선 공약은 장밋빛이다.

양당이 약속한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투입해야할 예산은 각각 75조3천억원, 164조7천억원이다. 새누리당의 공약은 0∼5세 무상교육·양육, 고교 무상교육,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장애인 연금 인상, 사병월급 2배 인상 등 '맞춤형 복지'다.

민주통합당은 영유아 무상보육·양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3+1'에다 사병월급 인상, 노인정년 연장을 포함했다.

문제는 돈이다. 양당은 증세없이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지는 제안단계보다 시간이 갈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돼있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약이 단순히 표심만을 위한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고다.

공약 중에는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것도 있다. 사병월급 문제다. 민주통합당이 '군 복무자 사회복지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매달 30만원씩 적립해 제대할 때 목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질세라 새누리당은 사병월급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40만원으로 올리리면 매년 1조6천억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재원마련에 대해선 말이 없다. 그럼 뒷감당은 누가하나.

재탕 공약도 있다. 새누리당은 현 정부가 필요없다며 불과 지난해 포기했던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남부권 신공항'으로 이름만 바꿔 총선공약으로 내놓았다. 분명 표를 의식한 꼼수다.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 조차도 지역의 목소리에는 못들은 척 콧방귀를 뀐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국회 및 정당의 지방분권 추진기구 설치와 지방재정 확충 방안'을 각 정당이 총선 공약으로 채택해줄 것을 요구했다. 어림없는 얘기다. 국립암센터 분원유치 싸움에 열을 올리고, 서민주택에 가스공급을 해주겠다며 설익은 공약만 내뱉는다. 충북도가 공약으로 요구한 수도권·비수도권 상생발전 방안 및 지역발전 방안 17개 항목은 안중에도 없다. 그냥 서민들을 잘 살게 해준다는 말 뿐이다.

18대 총선에서 공약 이행률은 35% 수준이다. 말만 번지르르한 공약(空約)이 많은 때문이다. 공자는 이렇게 충고한다. "군자는 자기가 말한 것이 지나친 것을 부끄러워해야한다. 실행하지 않는 말을 삼가고 말 이상으로 실천하도록 힘써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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