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문섭 논설위원

충북지역에서 4.11 총선과 관련해 가장 열기가 뜨거운 선거구가 청주시 상당구다.

국회부의장인 홍재형 후보와 충북도지사를 지낸 정우택 후보가 맞붙고 있기 때문이다.

관전자 입장에서 봐도 흥미진진한 게임이다.

홍재형 후보는 4선 도전이다. 이번에 당선이 되면 국회의장이 돼 유권자에게 보답하겠다고 표심을 흔든다. 홍 후보는 한국경제의 거두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금융계의 전문가다. 문민정부의 초대 재정경제원장관 겸 부총리 시절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롤 전격 도입해 지하경제를 축소시키고 한국경제에 선진기틀의 초석을 다진 주역이다.

어디를 가나 '성실하게 일하고 완전연소하면 된다'는 좌우명으로 인생을 살아온 그는 특유의 실천력과 성실, 겸손 외에도 치밀한 일처리와 주위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대인관계가 호평을 받고 있다.

붉게 타는 저녁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것처럼 이번에 그가 4선 고지를 달성하고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국회의장에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계에서는 물러나는 수순을 밝아야 할지도 모른다.

정우택 후보 역시 충북이 낳은 거물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하면서 탄탄대로 고급관료의 길을 마다하고 40대의 젊은 나이에 정계에 뛰어들었던 그는 첫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그러나 와신상담의 노력 끝에 국회에 입성하고, 재선의원을 거쳐 40대에 해양수산부장관까지 지냈다. 3선의 고지에서 다시 고배를 마셨던 그는 충북도지사로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재선고지를 넘지 못했다.

인생에는 수많은 빚과 그림자가 있지만 그 속에서 교훈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실패는 반성의 기회인 동시에 도약의 발판이며, 이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성공의 기회 역시 주어지지 않는다"며 끝없는 도전정신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 후보도 도지사 낙선에 이어 이번에 금배지마저 달지 못하면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선거에 임하는 두 후보 모두 사생결단의 분위기다. 공도 울리지 않고, 링 위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둘 간의 싸움은 벌써부터 이전투구(泥田鬪狗)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민들 입장에서는 두 사람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인물들이다.

충북이 낳은 인재로 총리감 후보로 거론되는 부류에는 이원종 전 충북지사 외에 홍재형 국회부의장, 정우택 전 지사도 포함된다.

그러기에 충북의 큰 인물들이 맞대결 구도로 흐르는 이번 총선은 너무나 가슴 아프다.

두 사람 다 지역에 꼭 필요한 인물이고 더욱 커야할 인재들이다.

때문에 대결구도의 원인을 제공하고 지역민들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요구하는 두 후보 모두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구에서 나오면 당선이 더 유력했을 텐데 정 후보는 굳이 상당구를 선택했을까. 이럴 때에 지역의 어른들이 나서서 선거구를 사전에 조정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다.

국회의장을 노리는 홍 후보와 대권을 노리는 정우택 후보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는 결국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마타도어와 흑색선전으로 치닫고 있다.

논문표절 의혹과 나이논쟁에 이어 이제는 성상납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격적인 선거도 하기 전에 상당구는 가장 추악한 선거구로 각인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두 후보는 어떤 형태로든 지역을 위해 다시 일해야 할 사람들이다.

당도 중요하고, 두 후보 개개인의 역학구도도 중요하다.

그러나 당을 초월하여 두 후보 모두를 충북지역의 인재로 키우려는 균형감각도 주변 사람들은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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