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동일 문화교육부장

4·11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제법 선거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혼탁과 비방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열기가 불어 아쉽기는 하지만 선거판이 짜여지면서 우리의 눈길을 잡는 뉴스거리가 적잖이 쏟아지고 있다.

얼마전 주요 정당의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들이 발표됐는데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 가운데 청년실업을 밑천으로 삼은 특이한 인물이 하나 있었다. 청년실업자 단체의 회장이 그 주인공인데 비례대표 신청 배경이 청년실업 문제였다. 실제로 이 청년은 여당에서 마련한 청년실업대책 공청회 등에서 청년실업 해소 대책을 발표하는 등 청년실업을 매개로 새누리당과 인연을 맺었던 전력이 있다.

실업자 처지인 이 청년이 여당의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신청하기까지는 나름대로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표로 연결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을 당에서 한다면,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면 청년실업자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사실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 등 여야 제 정당들은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청년실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또 그렇게 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청년이 기대가 마냥 허황된 것만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청년이 대표로 있는 청년실업단체의 이름이 '전국백수연대'란다. 지난 1998년에 만들어져 벌써 십수년을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데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도 돼있고 일본 등 해외 청년실업관련 단체들과 교류활동도 전개하고 있단다. 국내 청년실업단체를 대표할 만한 이 단체의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백수(白手)라는 말은 어느새 청년실업자를 의미하고 있다. 백수건달(白手乾達)을 줄인 백수는 원래 일할 생각이 없어 일하지 않는 사람, 즉 직업을 갖지 않고 빈둥거리며 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에서 백수라는 표현은 직업을 구하려고 노력하는데도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청년실업자들을 뜻한다. 물론 일할 의지가 없는 실업자도 포함되지만 자의(自意)보다는 타의(他意)에 의한 실업자가 더 넘쳐나는 현실에서 백수라는 신분은 사회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존재가 된 것이다.

최근 충북도내 교육계에는 청년취업과 관련해 의미있는 일들이 이어졌다. 진천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등학교가 올해 문을 연 학교들의 대표 자격으로 개교식을 가졌고 청원에 있는 미원공고가 마이스터고에 선정된 것이다.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층의 고용률이 40%를 겨우 넘는 상황에서 취업을 겨냥한 전문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청년실업의 해법을 우리에게 새삼 일깨워 준 것이다. 한해 신입생이 각각 100여명에 불과해 취업률의 양적 수치를 크게 높이는데는 별 도움이 안되겠지만 전문계 고졸 취업의 질적 수준면에서는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이같은 기대는 앞서 개교한 도내 마이스터고를 보면 분명해진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음성 충북반도체고의 경우 벌써 3학년의 80%가 취업이 확정됐으며 나머지 학생들도 취업약정이 진행중이란다. 특히 졸업예정 학생들의 대부분이 대기업 계열사로 취업이 약속돼있어 마이스터고와 관련된 소식들이 주는 희망의 울림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러나 진로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잘 차린 밥상이 될 수 있었던 이같은 재료들은 '날것'에서 머무르고 말았다. '마이스터고'를 씻고 다듬고 버무렸다면 그 가치와 파급효과를 더 높일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이런 손길이 더해지지는 못했다. 교육당국은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는 이런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 앞서가는 충북교육 여건을 알리고, 우수한 인재들을 전문직업인으로 이끌 수 있을까 더 많이 생각했어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