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이판사판(理判事判)이다. 너 죽고 나살자는 식이다. 요즘 정치판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여야 정당들이 공천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한마디로 국민들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쌀 직불금 문제로 물의를 빚어 공직을 사퇴한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내정되었다가 당내 반발로 공천이 취소됐다. 이봉화 전 차관은 청와대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부탁한 인물이다. 석호석 KT부회장은 여성 비하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공천을 자진 반납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에서 성추행과 도덕적 흠결로 공천이 번복된 곳은 5곳이다.

야당도 흙탕물이긴 마찬가지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금품을 돌린 민주통합당 전혜숙의원의 공천이 취소됐다. 하지만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나머지 지역구 6곳은 그냥 덮고 간다고 한다. 당선이 되더라도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할 가능성이 많지만, 우선 배지 다는게 목적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도 사과 한마디 없다.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윤원석 후보는 버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들은 여론에 떠밀려 끝내 후보직을 사퇴하고야 말았다.

여야 모두 당초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쇄신과 개혁 공천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원칙과 도덕성을 무시하고 나눠먹기식 공천을 한 결과다.

충북의 경우도 공천은 '그 나물에 그밥' 수준이다. 일부는 과거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벌금을 받았지만 떳떳하게 공천장을 따냈다. 선거법 위반 혐의가 문제가 되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는 후보도 있고, 성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후보도 있다. 말로만 개혁 공천이다.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TV프로그램 중 '남자의 자격'이 있다. 개그맨, 연예인과 일반인들까지 나와 목표를 향해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은 무척 아름답다. 혼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 진정성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한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다는 개그맨 이윤석은 '청춘에게 고함' 강연을 통해 "특별한 1%가 아니라 평범한 99%를 위한 이야기"를 털어놔 감동을 선사했다. 5급장애 판정을 받은 사실도 솔직히 고백했다.

지난해 방영된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시청자들을 울리기도 했다. 서로 다른 직업과 성별까지 다른 집단을 하나로 엮어가는 합창단은 부단한 연습을 통해 최적의 하모니를 이뤄냈다. 당시 응모자 가운데 33명을 선발했던 합창단의 지휘자 박칼린은 성량의 기교나 풍부함보다 그 사람의 '인간됨'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고백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주어진 화음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감동하는 이유다.

국회의원도 서로 다른 지역구 의원들이 한 곳에 모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감동을 줘야하는 자리다. 국민을 대표해서 법을 만들고, 정책과 예산을 심의하며, 국민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일이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갖춰야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도덕성'이다. 인간적으로 흠결이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인간됨됨이가 문제가 있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자기관리'에 철저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에서 처럼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어릴적부터 자기관리를 해야한다. 자기관리를 등한시 해서 흠결이 있는 자는 정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해야함은 물론이다. 일종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다.

4·11총선 공천과정은 성추행과 거짓말로 넘쳐난다. 진흙탕 싸움에 고소 고발로 맞대응한다. 이 중에는 썩은 냄새가 풀풀나는 후보도 있다. 이러다간 국회의원이 되기위한 국가자격시험이라도 치러야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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