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미·사회부

도시가 똑똑해지고 있다. 도시밖에 사는 사람들 보다 도시 안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 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캐나다 벤쿠버와 토론토, 호주 멜버른과 퍼스, 오스트리아 비엔나, 핀란드 헬싱키 등이 누구나 인정하는 똑똑한 도시다. 똑똑한 도시는 살기 좋은 도시를 뜻하기도 한다. 안전한 이웃, 좋은 학교, 저렴한 주택, 원활한 교통은 기본이다.

얼마 전 청주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IBM의 사회공헌프로그램인 '스마터 시티 챌린지(Smarter Cities Challenge)' 대상 도시에 선정됐다. 청주시가 응모한 분야는 환경과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Smart Transportation).

이번 프로젝트 선정으로 청주시내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교통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핵심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이다. IBM은 이번 프로젝트 대상도시를 청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한범덕 청주시장의 녹색수도 구현 의지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점점 기능화되고 지능화되는 똑똑한 시스템의 도입은 청주라고 불가능할 게 없어보인다. 새로운 솔루션은 모든 도시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전략을 세우고, 우선 순위를 정하고, 투자를 집중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짧은 임기 내 업적을 세워야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정치인들의 생색내기, 한탕주의는 도시를 빚더미에 올려놓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녹색청주협의회를 창립하고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한 청주시의 행보는 지극히 고무적이다. 내가 살고 있는 청주는 얼마나 똑똑할까. 똑똑해질 수는 있을까. 아니 꼭 똑똑해져야 하는 걸까. 좀 덜 똑똑하면 안되나. '스마트 시티'를 생각하면서 엉뚱하게도 '슬로우 시티'를 떠올린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다시 생각한다. 꿈 같은 도시에선 능률 보다 느림을, 돈 보다 아이디어와 열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무엇이 시민을 위한 지혜로운 선택인지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똑똑함의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똑똑한 도시는 처방이지 목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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