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보환·단양주재

총선을 앞두고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백의종군이다.

사전적 의미는 벼슬이 없는 사람이 군대(軍隊)를 따라 싸움터에 나감을 이르는 말이다.

나의 안위나 처지는 뒤로한 채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는 행동이다.

따라서 요즘 말로 하면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선을 위해 어떤 피해라도 감수하려는 자세나 태도다.

백의종군의 대표적 사례로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을 꼽는다.

경쟁했던 장수의 음모, 왜군의 계략때문에 파직의 어려움을 당한 뒤에도 평민복장으로 전장에 나가 싸웠기 때문이다.

그는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전사했으나 후대에는 역사적인 위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백의종군은 뉘앙스가 좀 다르다.

일단 정당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즐겨 사용한다.

중앙당이 후보자를 결정한 뒤 곧바로 이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탈당·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나름대로 정치지형을 파악하고 난 뒤 쓰는 후보자도 있다.

경쟁했던 사람과는 선을 긋고 오직 당에만 누를 끼치지않겠다면서 팔짱을 끼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전적 의미나 이순신 장군의 예를 본다면 자신의 미래를 위한 불출마는 백의종군이 아니다.

그것은 합리적 의사결정이다.

자신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위해 과학적 지식이나 정보를 토대로 여러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들은 비장하게 백의종군을 외치더라도 국민들은 차기 선거, 또는 연말 다가올 대선을 위한 결정이라고 믿는다.

부산에서 4선을 한 김무성 의원의 행동은 백의종군에 가깝다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당초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예상됐지만 "우파 분열을 원치 않는다"며 당 잔류를 선언했다. 그는 선거대책위원회 자리는 물론 아무런 당직을 맡지 않은 채 부산지역 선거를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의 계절, 여·야를 떠나 진정으로 백의종군하는 자세를 보고 싶다.

/ bhlee@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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