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종권·정치부

총선 이틀 전인 지난 9일. 퇴근길 택시에 올랐다. 딱 봐도 어려 보이는 청년이 앉아있는 모습에 먼저 말을 건냈다.

군대 전역을 마친 23세 대학생 택시기사는 복학을 1년정도 미뤘다고 했다.

캠퍼스에서 중간고사 준비로 머리를 쥐어 짜내야 할 판에 하루 12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고 있다고 했다. 아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다.

"군대 가기 전에 440만원이던 등록금이 복학할 쯤 되서는 500만원까지 올랐어요. 학자금 대출을 받아봤자 졸업하면 빚인데 1년동안 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고된 노동의 대가로 가져가는 돈은 하루평균 7만원 정도. 복학하고나면 용돈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누가되든 변할 것 같지 않지만 투표는 할 겁니다." 그는 높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램을 표심에 담아 선거일 투표를 약속했다.

11일 총선 당일. 취재를 위해 금천동 뉴타운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취재를 마치고 경로당에 계신 할머니들과 아침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변한게 없다", "이번엔 바꿔야지", "아직까지 누굴 찍을지 고민이다"라는 말과 함께 "선거때만 불쑥 경로당에 얼굴 들이미는 사람은 뽑지말아야 혀"라는 성토의 말도 오갔다. 소위 하숙생 국회의원들을 꾸짖는 말이 현장에 오니 여실히 느껴졌다.

4·11 총선은 끝났다.

대선을 내다보는 여야 모두 민생과 민심을 기치로 다시 총성없는 전쟁을 펼칠 듯 하다.

민생은 현재 진행형이다. 등록금을 벌기위해 고역을 마다않는 23세 대학생 택시기사의 표, 정치인들의 '반짝 등장'이 싫다는 경로당 어르신들의 표가 이번 총선에 녹아들었다는 뜻이다. 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잘해달라는 기대가 민심이자 그들을 선택한 공통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19대 총선 당선자에게도 행사용 제스처가 아닌, 이웃같은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권위와 향락에 물든 정치인은 또다시 민심의 심판대에 올라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choigo@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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