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온 국민이 4월 총선에 한 눈이 팔려있는 사이 국가와 가계는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국가 채무가 사상 최초로 4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420조 7천억원으로 2010년 392조 2천억원에 비해 28조 5천억원이 늘어났다. 국가 채무는 MB정부들어 최초로 300조원을 넘어선 이후 3년만에 400조원을 돌파했다. 우리나라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것도 따지고 보면 나라 빚잔치로 만들어낸 최대의 치적(?)이다.

MB정부 4년차에 접어들면서 소득의 양극화는 사상 최고로 벌어졌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차이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7.86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인구 비율로 2006년에 시장 가격기준으로 전체가구의 16.6%였으나 2011년에는 18.3%로 확대됐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엥겔계수는 20.7%로 2005년(20.7%)이후 가장 높았다. 가난한 계층의 의식주 부담이 6년만에 최악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식료품 등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 가장 크다.

올해초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국정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주요 정책과제가 '일자리'와 '물가'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매달려 민생을 돌볼 틈이 없었다.

정치권은 선거를 치르느라 민생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러는 사이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고, 하루가 멀다하고 유가가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유가가 오르는데도 오히려 소비가 늘었다고 애꿎은 국민들만 탓하고 있다.

통계상 실업률과 물가가 다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바닥을 기고 있고, 밥상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농산물 등 생활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정치인의 귀에 들릴리 없다. 선거 탓에 서민경제를 잊어버렸다.

전경련이 약속한 청년일자리 300만개 어디가고, 청년 백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중소기업과 함께 상생하겠다던 동반성장위원회 정운찬 위원장은 자리를 내팽치고 떠났고, 재벌들의 문어발식 빵집 철수도 공수표가 되어버렸다.

현 정부들어 재벌들은 몸집을 부풀리고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려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서민경제는 찌들대로 찌들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자영업자의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이제 총선은 끝났다.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대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선거분위기가 달아오를 게 뻔하다. 이러다간 올해 내내 선거분위기에 편승, 민생경제를 돌보기는 커녕 어설픈 경기부양책만 나올까 걱정이다.

이미 각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 공약으로 내놓은 복지공약에만 쏟아부어야 할 예산이 향후 5년간 수백조원에 달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돈을 쏟아붇는 일은 국가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스페인 구제금융설, 세계 경제 둔화 등 악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가계 부채도 1천100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뇌관으로 등장하고 있고, 나라살림과 지자체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가 1조32억원을 들여 2년전 완공한 '용인경전철'이 막대한 재정부실을 초래해 부담을 시민들에게 떠 안긴채 공무원 봉급 인상분을 반납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축제가 끝나고 봄은 왔으나 여전히 봄같지 않다. 잔인한 4월이다.

지금은 여야가 힘을 합쳐 국가 및 가계 위기관리에 치중하고 민생을 돌봐야할 때다. 위정자들이 대선 욕심에 국가 재산을 탕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벼슬자리에 오른 직후에 재물을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除拜之初 財不可濫施也)"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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