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신석현씨, 서산 고북초 20년째 등하굣길 교통봉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책임지는 장애인이 있다.

'장애인의 날'을 며칠 앞둔 17일 '오뚝이 삼촌' 신석현(48)씨는 서산 고북초 앞 횡단보도에서 힘찬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경찰관 복장을 한 신씨가 마치 영화 '메트릭스'의 주인공이 총알을 피해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동작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그의 별명이 '우리 삼촌'이나 '경비 삼촌'에서 '오뚝이 삼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의 손짓 발짓 호각에 따라 차량과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신씨는 정신지체를 가진 장애인이다.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기 힘들었던 그가 고북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지도를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20년이 넘었다.

당시 신씨는 지금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자리에서 초등학생 2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로 그는 매일같이 등하교시간 어린이 안전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신씨는 오전 8시께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도착해 등교하는 어린이들의 교통지도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수업하는 동안 쓰레기를 줍고 신발 정리하고 아이들과 함께 학교 급식실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에는 다시 아이들의 안전한 하굣길을 돕는다.

사실 신씨가 고북초와 인연을 맺은 것은 30년이 훨씬 넘었다.

장애를 갖고 있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신씨는 동생들을 따라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며 멀리 하던 아이들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신씨와 가까워졌고 학교 아이들 모두가 신씨와 친구가 됐다.

그러다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의 죽음을 목격하게 됐고교통정리를 시작하게 됐다.

오창표 고북면장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지켜주고 있어서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모른다"며 "오뚝이 삼촌이 이곳에서 교통정리를 한 이후로는 교통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남 3녀 중 막내인 신씨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10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현재는 서산시 고북면의 옆 동네인 홍성군 갈산면에서 치매증세가 있는 어머니 이철순(84)씨와 단둘이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신석현씨는 "신호에 따라 움직여주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무시하고 그냥 가거나 욕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럴 때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일쑤"라며 "힘이 닿는 날까지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겠다"고 말한다. 이희득 /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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