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병철 제천 주재

땅은 많은데, 친구나 가까운 지인들과 어울리면서 돈을 쓰지 않고 노랭이 짓을 하는 사람을 두고 흔히들 '땅많은 거지'라고 부르며 놀리곤 한다.

즉, 공원부지 또는 근린공원 땅을 수십만㎡ 가지고 있는데도 전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을 빗대어 하는 농섞인 말이다.

전국적으로 '땅많은 거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제천지역 만 해도 근린공원으로 묶인 지역이 7개소에 48만7천340㎡에 달하며 어린이공원 미시설 면적도 12개소에 2만3천여㎡에 달하고 있다.

공원부지 소유주들은 땅주인 행세 만 했지, 돈이 아쉽고 생활이 쪼들려도 매각은 고사하고, 건물이나 주택도 지을 수 없어 자치단체나 정부의 처분 만 바라는 딱한 처지다.

돈이 급해 금융권에서 융자를 내려 해도 공시지가가 터무니 없이 낮아 무용지물인 셈이다.

게다가 쓰지도 사용도 못하는 땅에다 자치단체에서는 매년 꼬박꼬박 재산세까지 물리니 '땅많은 거지'들은 속이 탈 지경이다.

조덕희 제천시의회 부의장이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 근린공원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질의하자 제천시 관계자는 교동근린공원(독순봉)과 청전제1근린공원(보건복지센터 뒤) 2개소의 공원조성 사업비 만 해도 최소 68억5천만원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유지나 토지주들이 수시로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국민권익위원회나 제천시민고충처리위원회에 토지매입 또는 공원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진정 및 민원을 제기해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는 원론적인 대답이다.

결국 자치단체에 돈이 없어 매입도 할 수 없으며, 언제 공원이 조성될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얘기다.

"시민 재산 가로챈 수원시는 즉시 공원부지 해제하라", "도심지내 공원부지 37년 방치시킨 수원시는 각성하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위치한 인계3호공원 부지에 시를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고 한다.

인터넷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곳은 지난 1967년 공원부지로 결정된 곳으로,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원을 조성하지 않자 토지 소우주들이 시를 야유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게 된 것이다.

동수원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인계3호공원 부지는 8차선인 중부대로와 붙어 있고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으며, 수원 라마다 프라자호텔 길 건너에 동수원 병원도 있는 중심가다.

당초 수원시는 2015년까지 공원조성을 하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했으나, 2010년까지 1단계 공사(청소년문화센터 뒤편)만 마친 뒤 아무런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제천시나 수원시뿐만 아니라 이는 전국적으로 똑같은 현상이다..

몇년 전에는 자신의 땅이 농업진흥지역에 편입돼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것을 비관한 할머니가 손녀들과 동반 자살했다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강원도에 사는 박 모씨가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인 11살, 9살(초등 3년) 5살짜리 손녀 3명과 함께 숨진 것이다.

박 씨는 가슴과 목을 흉기에 찔린 채 농약을 마신 상태였으며 손녀 3명은 극약을 먹고 숨져 있었다.

경찰은 박씨가 자기 땅이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해 상심했다는 이웃들의 말에 따라 이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이들의 생(生)죽음을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정부나 자치단체에 일부 책임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bcsu@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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