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우리 사회가 '막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막말은 정치권이고, 방송계는 물론 법정, 학교 가릴 곳없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선거철에는 막말이 극에 달한다. 충북지역의 경우 4·11 선거운동기간중 각 캠프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가장 듣기 싫었던 막말은 대략 이렇다고 한다.

상당구의 경우 도지사 시설 투자유치 실적 폄하공세, 후보 깎아내리기식 나이 트집이었다. 헤어스타일을 바꾼 윤경식 후보는 "가식적이다. 술집을 자주 다니고 종업원과 자주 싸웠다"는 인신공격성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오제세 후보는 '24억 자산가 서민발언' 비판을 못내 아쉬워했다.

또 현역 후보들은 상대 후보들이 "도대체 한 게 뭐있느냐"는 폄하성 비난을 곤혹스러워했다고 술회했다.

물론 선거기간중 시중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흑색선전과 상호비방 등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상대후보에 대한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비난과 욕설, 괴담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4·11 총선에서 막말 파문의 진수는 여성·노인폄훼 발언 논란을 빚은 '나꼼수' 패널 김용민 후보였다. 그는 총선에 낙선한 후 막말에 대해 '사죄'했다가 하루만에 '국민욕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국민가수, 국민배우는 있지만 국민욕쟁이의 반열에 오른 사람은 없었다"며 "낙선자의 근신은 끝났다. 하나님도 할 욕은 하시란다"는 글을 올렸다.

낙선후 사죄 약속을 하루아침에 헌신짝 처럼 버린 것이다. 국민들은 사기당한 느낌이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던 사람이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어기고, 이젠 또 어떤 욕설로 사회를 더럽히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연이어 막말 파문으로 방송에서 하차한 김구라씨는 2002년 인터넷방송에서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를 창녀에 비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또 2004년, 2005년 인터넷 방송에서 김용민씨가 노인폄훼 발언을 할 때 진행자로 나와 여성비하, 종교 비하 발언들을 쏟아냈다.

최근까지 그는 지상파 여러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막말을 일삼았다. 그는 방송계에서 저질 막말의 원조격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2009년 방송심의위원회에서 프로그램 1회당 막말 횟수가 42.3회로 1위를 차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TV가족프로그램에 나와 막말을 해대면 누가 보고 무얼 배우겠는가?

또 그런 연예인을 고정 출연시키는 방송국은 또 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TV에서 연예인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인격 모욕성 발언은 낯뜨거울 정도다. 지상파 방송의 저질 발언과 비속어 문제도 심각한 언어 폭력 수준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환경미화원에게 막말을 쏟아 낸 경희대 패륜녀 사건에 이은 인천 패륜녀 사건을 비롯 지하철 막말, 택시 승객 막말녀 등 막말 사태가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중고생 인터넷 강의를 하는 강사들은 인기를 끄는 수단으로 '욕설'을 사용한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SNS에서는 '가카의 빅엿'이라는 막말 표현으로 논란을 빚은 서기호 판사를 비롯 사회지도층의 막말도 위험수준이다.

아무런 가이드라인이나 제재조치도 없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악성 댓글은 죄없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오늘도 우리가 매일 접하는 SNS를 통해 쏟아지는 정제되지 않은 말들은 확대재생산되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 의사표현을 한다.

즉,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며 삶의 반영이다. 불교에서도 바른말을 중시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만다(불교 경전 숫타니파타)"고 했다. 막말은 결국 그 말을 내뱉은 당사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나라를 곤란에 빠트리는 건 정치인들의 막말이다. 국민들은 이들의 막말을 주워담느라 피곤하다. 19대 국회에서는 정치인들이 내뱉는 '막말 공해'를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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