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매출액 500억원에 이익 10억원짜리 회사와 매출액 500억원에 이익 5억원까지 기업이 있는데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입니까?

이같은 질문에 300여명의 청중은 모두 전자를 골랐다. 하지만 전자가 국민의 경멸과 비판을 받는다면 어떤 기업이 좋으냐는 질문에는 청중 모두가 후자를 선택했다. 조건이 제시되자 모두가 선택을 바꾼 것이다.

이는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몇해전 '착한기업의 시대가 온다'라는 주제의 강연 내용이다.

조 교수는 "21세기에는 기업의 매출액과 이익만큼이나 중요하게 평가되는 '가치'가 떠오르면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즉, 이윤극대화가 기업의 필요조건이지만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경영전문가들은 기업의 마케팅도 변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필립 코틀러의 저서 '마켓3.0'에서 마켓3.0시대는 소비자를 감성과 영혼을 지닌 전인적 존재로 바라보는 시장이다.

종전처럼 소비자들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영적 가치까지 담아 소비자들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이 진정성과 투명성을 갖고 소비자들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CEO 안철수 서울대교수가 존경받는 것은 '착한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때문이다. 그는 온갖 술수와 작전이 난무하는 기업세계에서도 기본과 원칙으로 승부하며 마침내 최고의 비전, '영혼이 있는 기업'을 일궈냈다. 그리고 그 이익을 사회에 환원까지 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회사를 존속시키는 것은 핵심가치라며, 회사의 핵심가치를 어기는 기업은 차라리 소멸되는게 낫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좋은기업이 많다. 충북에도 사회적기업을 비롯 장학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는 작은 기업들이 많다. 1억원 이상 기부자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도 늘어나고 있다.

'착한기업'이 촉망받는 시대인 것이다. 칼국수집이나 식당 등 작은 구멍가게라도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을 많이 하면 '착한가게'라는 이름(간판)을 붙여준다. 소비자들도 기업의 가치와 사회공헌을 따져 구매하는 '착한 소비자'로 무장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요즘 삼성가(家)의 재산다툼이 화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맏형 이맹희씨 등이 재산을 둘러싸고 당사자들이 내뱉는 막말은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건희 회장은 형 이맹희씨에 대해 형이라는 호칭 대신 '이맹희씨' '그 양반'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기자들앞에서 막말을 해댄다. 이들 형제간 유산문제를 놓고 '형무소' '퇴출된 양반' '꼴을 못봤다' 등등 '수준이하 발언'이 오간다. 한국, 아니 세계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의 삼성가의 재산다툼은 삼성브랜드 가치를 의심케 할 정도다.

정부의 특혜와 국민들의 희생으로 탄생된 우리나라 재벌들의 오너간 재산싸움은 탐욕의 결과다. 기업 경영과 삶의가치가 돈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아들간 재산다툼 '왕자의 난'을 비롯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등 끊이지 않는 재산싸움은 우리 재벌가의 현주소다.

재벌들은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한다. 따라서 이윤창출과 사회공헌을 동시에 추구하는 '착한기업'이 전환기에 있는 한국기업의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이 되어야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벌들이 부(富)를 사회와 나눌생각은 커녕 대물림을 위해 형제들간 벌이는 진흙탕 싸움은 정말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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