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문화교육부

2001년 9·11일 테러로 3천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상 초유의 대형참사를 겪은 미국 뉴욕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빌딩. 이 대형참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의 활용방안을 놓고 미국은 시민 4천300여명이 참여하는 원탁포럼을 열어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후 이들 4천300명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에만 6개월여. '그라운드 제로'는 시민들에 의해 보다 의미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민의 의견이 모아지고 존중된 '커뮤니티 설계'. 그 자체로 시민의 승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주시가 옛 청주연초제조창(내덕동)의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65년 전 지어진뒤 10년간 방치됐던 낙후 건물인데다가 건물면적만 청주실내체육관 9.3개를 합친 넓이(8만6천㎡)로 덩치가 커 활용방안 자체가 막막하다.

청주시는 10년간 쓸모를 잃었던 불꺼진 담배공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각 문화예술단체 주최로 '옛 연초제조창 활용방안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지만 주최측마다 제안내용이 제각각이라 뽀족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제안 자체가 너무 방대해 실현가능성이 떨어지거나 이것 저것 잡화점 구상도 있어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지난 26일 청주시문화산업재단 주최로 열린 '옛 청주연초제조창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홍의택 가천대 산업디자인과 교수의 의견은 귀를 솔깃하게 했다. 홍 교수는 "옛 연초제조창의 '보존'에 대한 시민들의 합의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면서 "이 공간은 전문가보다는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시민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옛 연초제조창이 청주시민이 원하는 공간으로, 시민의 의견이 존중되고 반영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을 위한 것이나 예술가 집단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미국 '그라운드 제로'의 시민 4천300명의 힘이 청주에서도 재현되길 기대한다.

mjki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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