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의 발명세상 <146 > 쿠스또의 '수중호흡기'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사람중 물고기 아가미 대신 수중 호흡기를 발명해 해저 잠수를 가능케 한 자크 이브 쿠스또도 한 사람이다.

파리의 거리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포탄을 맞은 처참한 파편 자국도 없고, 초연의 매콤한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전쟁의 포화속에 신음하고 있는 유럽으로부터 떨어진 새로운 세계 같았다. 하지만 파리는 중요한 것을 잃고 있었다. 파리에 향기를 주던 생동감이었다.

쿠스또는 비탄에 잠겨 깊은 숨을 내쉬었다. 독일의 군화에 짓밟혀 가슴팍부터 멍드는 조국을 생각하면 숨이 메일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해군 장교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위해 싸울 수 없었으므로 매일이 가시방석 같았다. 오래전부터 레지스탕스 활동을 위한 잠수 기구를 고안하려 했으나 그의 절망감은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산소를 공급할 호흡장치가 문제인데.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다니.'

아주 숙련된 잠수부였던 쿠스또는 해저의 신비에 대해 그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은밀한 수중작전이 반 나찌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호흡기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었다.



작은 카페에 마주앉은 각낭과 쿠스또는 진지한 자세로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일정한 압력으로 가스를 배출한단 말이지?"

"물론이지! 움직이는 자동차에서 가스의 공급이 일정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

각낭의 설명에 쿠스또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기 실린더에 응용하면? 숨을 내쉬면 출력 밸브가 열리고, 숨을 들이 쉬면 압력조절밸브가 열려 공기의 공급이 시작되는 거지.'

쿠스또는 자동차용 가스 밸브를 이용해 만든 호흡기를 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미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1943년 6월, 쿠스또는 드디어 자신의 수중호흡기로 잠수를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벽촌마을 리비에타에서 있었던 기적같은 일이었다.

"우와 쿠스또 만세! 우리의 영웅!"

사람들은 파도 사이로 그의 머리가 보이자 일제히 환호성을 울리고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거추장스런 공기 유입 관을 떼어버리고 인간이 물고기처럼 물속을 자유롭게 다닌 최초의 일이었다. 이것으로 비밀에 쌓여있던 처녀림, 해저는 인간에게 첫선을 보이고, 인간의 생활영역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도 쿠스또는 해양생물을 소개하기 위한 수중 TV를 개발하고, 해저건축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잠수정 콘쉘프 호도 발명했다. 일생동안 바다와 사귀고 바다에서 살았던 한 사나이에 의해 우리는 또다른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이다. / 영동대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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