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행복지수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Rothwell)과 인생상담사 코언(Cohen)이 만들어 2002년 발표한 행복공식을 말한다. 행복은 인생관, 인간관계, 야망, 자존심, 건강, 돈 등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4일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 초중고 6천7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결과 주관적 행복지수는 69.29점으로, 지난 2009년(64.3점)에 이어 4년 연속 OECD국가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행복감이 상대적인 것이라고는 하지만 부끄러운 기록이다.

또 5명중 1명의 초등학생(20%)이 가출 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적어도 10명중 1명은(10%)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 10명중 7명은 학교와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고, 10명중 1명은 최근 1년 사이에 한 번 이상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10명중 1명은 인터넷에 중독돼 있고,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2년 연속 '자살'이다. 안타까운 이 통계가 지금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자화상이다. 학교 폭력과 자살은 끊이지 않고 청소년들의 신체·정신적 건강은 점차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말을 한곤한다. 지금의 어른세대는 가족들, 형제들과 아옹다옹하며 자랐다. 어릴적부터 서로 어울려 몸으로 부대끼며 공동체 생활의 기초를 배웠다.

반면 요즘 세대들은 자녀가 한 두명에 불과하고 형제자매가 있어도 대개 자기방에서 혼자서 논다. 태어나자 마자 영아원, 유치원에 학원으로 내몰리는게 일상이다. 친구나 선배, 어른들과 어울리는게 아니라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을 논다. 늘 혼자서 지내는 이들은 행복지수 결정 요인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간관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인간관계' 형성이 어렵다보니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커 갈수록 낮아진다. 학생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장 높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낮아졌다는 결과만 보더라도 얼마나 입시교육 스트레스에 시달리는지 알 수 있다.

중학생부터 특목고 입시 경쟁에 내몰리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 진학에 매달려야 하니 행복감을 느끼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졸업 후에는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하지 못해 겪는 스트레스는 또 어떨까.

학력 경쟁속에 많은 청춘들이 힘들어 한다. 지옥같은 입시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트레스에 찌든 나머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면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어릴 때부터 '가족'이 꼽힌걸 보면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각 가정부터 사회 전체가 청소년의 행복감을 높이는데 지혜를 모아야하는 이유다.

김난도 서울대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서에서 명예나 돈이나 권력이 사람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일갈한다. 우리가 비교할 때는 자기가 가진 것은 과소평가하고 남이 가진 것에 초점을 맞춰 판단하는 초점주의(focalism)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아주 많이 가진 사람은 계속해서 많이 가져야하고, 주변보다 더 많이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행복'이란 불행에서 되돌아볼 때만 알 수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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