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문화교육부

청와대가 10일 충북대생을 만났다.

10일 충북대에서 열린 청와대가 기획한 '청년, 청와대를 만나다'토론회에서 충북대생들은 그간의 막막했던 취업에 대한 고민을 청와대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있었다. 주제는 '지방대생, 스펙과 편견 사이'.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과 충북대 재학생들이 마주했고, 토론회는 지방대생으로서 느끼는 소외감과 사회편견, 취업과정에서 느끼는 설움 등에 대한 토로로 시작됐다.

이어 교육과학기술부, 고용노동부 등의 청년실업의 현황과 관련시책이 소개됐고, 토론회 중반을 넘어서자 입을 다물고 있었던 박인주 사회통합수석이 입을 열었다. 기대감은 하나하나 무너져내렸다.

"올해 대학 졸업생이 57만명인데 그중 47만명이 취업을 원하고, 일자리는 17만개뿐입니다. 기업이 발전해도 인력이 늘어나는 게 아니에요. 충북대는 지방대학으로서 갖출 것은 다 갖췄지만 취업여건이 수도권에서 밀리는 것은 현실로서는 여러분이 할 수도 없고 정부도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인식전환이 필요해요."

청년실업은 사회 구조의 문제다. 하지만 청년취업의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스스로 취업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청와대 수석의 해법은 무책임해 보인다. 이마저도 서울지역 대학 출신들에 밀려 취업현장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는 지방대생에게 "서울집중은 본능"이라는 답변도 적절하지 못했다.

"지방대생 할당제는 몇 년 후에는 없어져야 할 제도입니다. 단기적 처방이에요. 뭐가 무섭습니까? 도전정신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왜 무사안일주의로 공무원 하려고 안달입니까? 탈북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들은 탈수급을 원치 않아요."

지방대 할당제는 지방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다. 지방대생의 능력을 평가절하해 지원하는 선심성이 아니고, 지방대생을 안일하게 만드는 사치스런 장식품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균형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취업의 고민이 깊은 지방대생들은 이날 청와대와의 만남에서 청년취업, 특히 지방대생들의 취업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나 격려, 응원의 메시지를 기대했다. 하지만 목말라 죽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청와대가 준 것은 '물'이 아닌 '네가 알아서 해라'였다. 목말라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물을 줄 것이 아니라면 찾아오지도 말고, 손도 내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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