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남의 뭉칫돈을 몰래 차에 숨긴다. 이때 5만원권은 요긴하게 쓰인다. A4용지 박스 10개에 56억원을 담았다. 돈이 차 안에 숨겨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50년지기' 친구뿐이다. 이 친구는 차량 뒤 창문을 깨고 들어가 안에 있던 현금을 훔쳐달아났다. 어차피 친구가 훔친 돈을 내가 훔친 것이기 때문에 감히 도둑맞았다고 신고는 못하겠지 하며 약을 올린다.

그는 이미 소형어선을 타고 해외로 도주할 계획을 세우고 고객돈 200억원을 빼냈다. 밀항을 위해 중국 폭력조직에 3억원을 불법으로 송금했다. 운전기사에게는 입막음 대가로 7억원의 뭉칫돈을 건냈다.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대포차량을 타고 항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믿었던 운전기사의 실토로 해경에 체포되고 만다.

영화속에서나 볼수 있는 장면이 한국의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은 사업을 하다가 망해 164억원의 빚을 안갚은 신용불량자다. 우리는 '신용불량자가 저축은행 대주주'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07년 MB부부와 함께 고려대 최고위과정을 수강하며 친분을 쌓았다. 수천억원을 빼돌려 부동산에 골프장에 카지노에, 고택을 9채나 사들였다. 또 5천억원을 빼돌린 임석 솔로몬저축은행회장은 '가짜 서울법대생'이었다니 참 가관이다.

몇몇 금감원출신들은 저축은행에 감사·사외이사 자리를 꿰차고 앉아 부실을 숨기고 대주주의 탈법을 거들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대주주의 오만과 감독기관의 태만이 불러온 합작품이나 다름없다.

그 뿐인가. 자고 나면 터져나오는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은 대한민국 부패의 현 주소를 말해준다.

국무총리실에서 공직자윤리를 감시하라고 맡겼더니 오히려 민간인을 사찰하고 다닌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봉투 사건이 나오고, CNK주가조작 사건이 터졌다. MB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뇌물수수로 구속된 것은 '부패뉴스 1위'에 선정됐다. '왕(王)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서울 파이시티 관련 비리 혐의로 철창에 갇혔다. MB측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이상득 의원도 보좌관의 뇌물 비리 및 비서실의 돈세탁 의혹 때문에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른바 '영포(영일-포항)'라인 '구룡포 동문회'가 펼치는 권력형 비리는 드라마와도 같다. '끼리끼리 모여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부정부패는 옛날 탐관오리들의 활극과 비슷하다. 하나같이 권력을 무기 삼아 국민을 무시하는 부패와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MB임기말 여기저기서 또 부패한 냄새가 풍긴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대통령도 '나라 전체가 온통 썩었다'고 했을까.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부패공화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밝힌 2011년 한국의 부패지수는 5.4로 OECD 평균인 7.0에 한참 못미친다. 30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부패는 정치권과 공직사회 부패구조가 뿌리깊다. 권력의 주변에는 항상 아첨 아부배가 득실거린다. 부패가 만연한 사회는 법이 무시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연일 언론에 터지는 비리에 국민들은 넋을 잃었다.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최근 '아∼대한민국, 우리들의 참회록'에서 부패한 공직사회를 질타했다. "관료사회가 철밥통을 꿰차고도 임기 중 책임은 지지 않는 '님트(NIMT·Not in My Term)' 신드롬에 빠지고, 퇴임 후에는 전관예우까지 철저히 챙긴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것도 모자라 부정부패를 일삼고 나랏돈을 펑펑 낭비하면서 약자는 뒷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대한민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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