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생활지도]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법'-이상미 청주 용암초 교사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세계 가정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가정 위탁의 날, 실종아동의 날 등 유난히 가정과 관련된 날이 많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특히 2주일 전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그립다.

우리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셨다. 8남매를 키우면서도 큰소리로 화를 내시는 법이 없으셨고, 크게 웃지도 않으셨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내 기억 속에 인자하신 분으로 남아있다. 병상에 누워 계실 때 우리 형제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아무 말씀 없이 우리를 바라보시며 빙그레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엄마와 소소한 이야기를 하듯이 아버지와도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아빠, 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가 왔는데 우리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하고 물어보면 아버지는 "없어, 그냥 이렇게 보고 있으면 좋아."라고 대답하시곤 했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이 우리를 사이좋고 우애 좋게 키우시는 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나와 가족, 우리 반 아이들과 양질의 대화를 하고 싶어 선택한 책인 해리엇 러너의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법'을 읽으면서 그 아쉬움은 더 깊어졌다.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나 인간관계를 바로 잡는 대화법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말을 통해서 우리는 상대방을 알게 되며, 동시에 상대방에게 우리 자신을 알린다. 이러한 '앎'은 친밀한 관계를 갈구하는 우리의 깊은 욕망 그 한복판을 움직이는 관계의 핵심이다.

우리가 인생의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 하는 것은 나의 '목소리'를 얼마나 과감하고 명확하게 찾는가에 달려있다. 이것은 우리가 내면의 자아와 맺는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상대방이 내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 해도 나 자신만은 내 마음속 깊은 생각을 당당히 표명하는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진실하여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진실하지 않으면 사람들과의 대화도 단절되고, 우리 자신뿐 아니라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하지만 진정한 목소리를 갖는다는 것이 언제나 즉각적이고 꾸밈없는 솔직함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솔직한 목소리와 더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제하는 힘, 그리고 스스로에게 낯선 자아를 실험하는 용기이다. 진정한 목소리를 갖는다는 것은 굳건하고 일관된 자아를 세우고, 스스로 상대의 모범이 되며, 관계 속 문제들을 명확하고 현명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전진해 나가려면 무조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 대신, 내 말이 상대에게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며 말해야 한다.

또한 우리 목소리의 명확성은 우리가 가진 자기 인식의 수준과 정비례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목소리를 가지려면 행동의 출발점을 상대의 미성숙한 태도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핵심 가치에 놓아야 한다.

진정한 목소리를 갖는 데는 현명하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일 역시 중요하다. 정성을 다해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 관계는 더욱 성숙하고 깊어진다. 하지만 이는 무척 어려운 일이므로 참고 들을 수 있는 한계를 규정해서 비생산적인 대화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를 할 때는 우리 자신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우리 자신을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자신 또는 자아라고 하는 것은 타인과 상호작용을 나누면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화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하는 말과 침묵을 통해서 우리는 성장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말과 침묵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고양시키기도 하고 위축시키기도 한다.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키우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우리가 목소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관계의 품질과 이 세상을 사는 우리의 존재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미래상이 달라진다.

그러면서 이 책은 모든 상황에 맞는 대화의 기술보다는 개별 사례를 상세히 제시하며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대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자세히 이야기한다. 친구 사이,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직장에서의 관계 등 다양한 상황에서 관계 맺기에 대해 안내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화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급의 아이들이 모두 다르고, 가정에서 대화를 했던 방식이 모두 다른데 그 아이들을 상대하는 나는 얼마나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맞는 대화법을 사용 했나 반성해 보았다.

또한 똑같은 아이들을 만나더라도 편안한 관계일 때와 위기 상황일 때 등 상황에 따라 대화법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느낀다. 상대는 변하지 않더라도 나는 다음의 대화를 준비하고 연습해야한다고도 생각한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살펴보거나 직장 동료를 대하면서 느끼는 것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가정이라는 생각이다. 가정 안에서 자신을 진실하게 표현해 본 경험이 친구나 직장 동료를 대할 때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낼 수 있는 것 같다.

가정에서 언니가 시키는 일들 때문에 버거워하는 우리 반 성희에게는 "멈춰, 이제 그만"을 말할 수 있는 연습을 하도록 해야겠다. 아이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학부모에게는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부탁을 해야겠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일을 찾아가는 우리 집 첫째 딸과 오늘은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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