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사람은 대전으로, 제천사람은 원주로…도민 대토론회 청주·청원 중심 발전 성토

충북도가 도민통합을 위한 목표로 '함께하는 충북'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남·북부 주민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가 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충북인구의 절반이 청주·청원권에 집중되면서 남·북부권 주민들의 불만이 가시지 않고 있다.

충북발전연구원이 23일 주최한 '함께하는 충북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란 주제의 도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 같은 생각을 털어놨다.

청주·청원 중심의 중부권과 충주·제천 등 북부권, 옥천·영동 등 남부권으로 갈라진 '3분화된 충북'이 이날 회의의 화두였다.

옥천신문 정순영 편집국장은 "남부권 주민들은 충북도민이라는 정체성을 왜 가져야 하는가. 자긍심이 왜 필요한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대전시 생활권인 옥천군 주민의 경우 일자리, 경제·교육·사회·문화 등을 향휴하면서 충북도에 대한 소속감이 희석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 국장은 "남부지역은 대전과 훨씬 밀접한 관계가 있고 내 삶의 영역이 미치는 것도 충북도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소속감을 못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균형발전정책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보면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정책방향이 주민들과 괴리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충북의 소속감을 이 같은 사업들이 원성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제천시의 경우 병을 고치기 위해 강원도 원주시로 향한다고 했다.

김관성(45) 제천시니어클럽관장은 "제천에서 2시간이나 걸리는 청주를 찾는 것 보다 원주시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34년을 청주에서 살았는데 제천에서 사는게 이렇게 불편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옥천주민들이 대전으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천 주민들의 생활권이 원주로 편입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회의를 주재한 정낙형 충북발전연구원 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충주·제천의 중심지가 원주가 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며 "청주와 마찬가지로 충주·제천을 거점도시로 조성해야만 강원도에 흡수되지 않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천군에 있는 급식업체 종사자 윤향원(25·여)씨는 도시권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윤 씨는 "진천에도 어린 학생이나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산업시설이나 문화시설은 청주에 집중돼 있어서 청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지 않도록 문화·복지·의료 시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천콜센터 심재석 센터장은 각종 복지 서비스 연계망이 군 단위로 갈수록 열악하다고 했다.

심 센터장은 "도청이 관리자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군에서 실질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창구를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인 변상주(55)씨는 시·군 브랜드 작물 육성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천 덕산면 수박, 음성 맹동면 수박은 브랜드가 각기 다른데 최소 군단위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는 충북의 권역별로 4~5명씩 참석했으며 북부권은 김원식 교수(건국대) 등이 중부권에서는 대학생인 최혜원씨 등이, 남부권에서는 옥천신문의 정순영 국장 등이, 청주·청원은 음미영 충북여성장애인연대 국장 등 총 20여명이 참석했다. / 최종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