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얼마 전 지역발전 전략의 새 틀을 마련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지역상생포럼'이 출범하였다.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주도한 창립선언문에서 지역상생발전을 '분산을 통한 균형발전'이 아닌 '협력을 통한 상생발전'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는 지역발전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역발전 4.0 시대'로 명명된 지역발전 구상은 기존의 물적·종합계획과 차별화하여 민생의 문제와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한편 대형 국책사업 같은 지역외부의 의존적 요인보다 자발적·내생적 발전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지역발전 4.0 시대'라는 정의는 지역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지역정책의 태동기(1950년대), 국가정책의 주도기('60~'80년대), 지역정책 전환기('90~'00년대 중반)라는 구조적 전환과정을 거쳐 지역정책의 발전기('00년대 중반이후)에 이르렀다. 현재의 '지역발전 4.0 시대'는 21세기 시대정신인 상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상생'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소셜 네트워크(SNS)의 대중화, 다양한 분야의 정책공청회 활성화 등으로 소통 환경과 채널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단어들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그만큼 '갈등'과 '불통'이 만연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포럼의 성격이 새로운 정책방향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의 구심점 역할로 규정되어 있어서 얼마만큼의 실효성 있는 결과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금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정치적 과도기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13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전개될 정책기조 변화에 대비하여 충북발전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방안을 미리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장애물은 분명 존재한다. 계층 간 소득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와 갈등은 해묵은 숙제이면서도 풀기 어려운 현안으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노력에 의해서도 해결하지 못했다면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지역발전시스템 구축은 보다 독창적이고 획기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은 지역정책의 논거와 추진방향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지역 혹은 국가 경제성장에서 집적(도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소 무차별적인 정책보다 지역별 선호와 잠재력이 극대화되도록 정책수단의 조합을 중시하는 장소기반 정책에 토대를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역정책은 지역 간 차등적, 차별적 자원배분을 기반으로 패러다임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서로의 보완적 자산을 공유하면서 협력과 상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재정분권 추진과 지방재정조정제도 개편도 이와 병행하여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 지역발전정책의 기본 틀로서 각국에서 보편화된 클러스터 정책은 지역산업과 과학기술, 공간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재원과 정책수단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 관련 중앙부처 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에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지역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혁신관련 정책이다. 지역의 성장 동인으로 꼽히는 인적자본의 규모와 질, 인프라스트럭처, 노동시장의 작동, 집적 역량, 제도·기구의 질과 같은 내생적 요소들을 강화시키는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지역의 기획역량이 높아지고 자주재원 기반이 튼실해지면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도형 발전정책을 실행할 지역거점기관 육성도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

지역발전위원회는 '지역상생포럼'을 통해 금년 말까지 지역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일정에 앞서서 향후 충북형 지역발전의 철학과 이론 정교화 작업, 지역의 강점과 잠재가치에 대한 면밀한 평가, 지역 단점에 대한 검증과 극복 방안모색, 미래 비전과 아젠다 도출, 지역발전 실천전략 수립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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