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만난 춤꾼
중국 우한에서 만난 춤꾼
  • 중부매일
  • 승인 2012.06.2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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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평] 강석범 청주미술협회 부회장

중국의 우한시는 청주시와 국제 자매 도시다. 이런 인연으로 충북예술고와 중국의 우한예술학교도 몇 해 전부터 자매학교를 맺고 격년제로 상호 예술단 교류를 활발히 해오고 있다.

마침 필자는 미술관련 대표로서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충북예술고등학교 예술단과 함께 우한시를 방문하는 기회를 얻었다. 춤꾼을 만난 그 날은 오전에 우한예술학교 전공수업 참관과 간단한 시범수업 일정이 있었고, 오후에는 우한예술학교 대공연장 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음악과 수업 참관을 마치고 무용과 수업 참관을 위해 무용실을 방문했을 때였다. 무용실 플로어 한 가운데에 남학생 한 명이 홀로 자리하고 있었다. 몸매는 다부졌고, 예리한 눈매가 에너지로 넘쳐나는 학생이었다. '중국은 여러 소수민족이 있는데 지금 보여주는 춤은 몽골족을 대표하는 전통춤입니다.' 소개가 끝나고 잠시 후, 전통복장을 하고 심호흡을 하고 있던 남학생의 큰 점프와 함께 춤사위가 시작되었다. 파워 있는 동작은 물론 유연성과 표정연기까지 완벽했다.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 서린 눈빛과 마지막 동작에서 바닥에 자신의 몸을 내동댕이치며 의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연극적 프레임.

나는 온 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주변의 박수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시범이 끝나고 교실을 나가려는 소년의 손을 덥석 잡았다. 다소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던 소년에게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보였다. 가벼운 목례와 함께 'Thank you!' 한마디만 던지고 무용실을 빠져나가는 소년의 뒷모습에서 자존심과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옆에 있던 우한예술학교 부교장 선생님께서 "중국 최고의 춤꾼입니다. 그런데 성격이 너무 거칠어 다루기가 아주 힘듭니다."라고 하시며 엷은 미소를 띠셨다.

오후 대공연장 공연에서도 나의 두 눈은 그 친구만을 좇았다. 수십 명의 군무 속에서도 소년의 춤사위는 모든 사람을 사로잡을 만큼 돋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스텝들이 뒷정리를 시작할 무렵 마침 가방을 둘러메고 터벅터벅 혼자 걸어 나오는 소년을 만났다. 나는 반가움에 그 친구의 손을 잡고 귀빈들이 머무르는 귀빈실로 끌고 갔다.

내가 즉석에서 기념촬영 요청을 하자 귀빈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함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했다. 따뜻한 포옹과 함께 내가 배웅에 나서자 연신 고개를 숙이며 'Thank you'를 외치던 소년은 조금 쑥스러운 듯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몇몇 우한예술학교 선생님들이 공항까지 마중을 해 주셨다. 공항 로비에서 내년 청주방한 일정에 오시기로 되어있다는 무용과 선생님과 얘기할 시간이 있었다. 나는 한국에 올 학생들의 선발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다. 선생님은 학교 측 나름대로의 선발기준을 얘기해주셨다.

그리고 "그 남학생도 선발될 수 있을까요? 청주에서 꼭 그 친구의 춤을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라는 나의 말에 아주 반갑게 웃으시며 "학생선발 시 꼭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화답해 주셨다.

만약 나의 바람대로 내년에 그 친구가 청주에 오게 된다면 하루쯤 우리 집에 초대할 생각이다. 성격이 거칠다는 소년 춤꾼에게 인간적인 따뜻함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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