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변종만]

6월 16일, 주성중학교 20회 동창생들이 칠갑산의 천장호와 장곡사ㆍ대천해수욕장으로 추억여행을 다녀왔다. 옛 사람들의 이야기는 틀린 게 없다. 지나온 세월은 유수와 같이 빨랐다. 중학교를 졸업한지 어느덧 41년이 지났고, 나이 먹은 만큼 책임질 일이 많아졌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하루쯤 편히 쉬는 것도 삶의 활력소다. 그런데 바쁘게 사는 친구들이 많다. 총무가 예상했던 인원보다 참석자가 적었다. 한참을 더 기다렸지만 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15명이 칠갑산으로 향했다.

인생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 그렇다고 나이를 공짜로 먹은 것은 아니다.

달리는 차에서 까까머리 시절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칠갑광장휴게소에서 칠갑산 정상을 거쳐 장곡사로 하산하는 산행을 계획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친구가 여럿이다. 이 세상의 모든 길은 다른 길로 연결되기에 여행지를 따지기보다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여행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산행을 포기하고 천장호와 장곡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정산면에서 36번 국도를 달리면 마치고개 왼쪽에 칠갑산휴게소가 있다. 휴게소 끝에 서있는 이정표가 안내하는 대로 왼쪽 산길을 내려서면 천장호다. 이곳에 국내에서 가장 긴 길이인 207m의 천장호 출렁다리가 있다. 104년만의 가뭄으로 물이 빠진 출렁다리를 건너니 출렁거림이 50㎝나 되어 스릴이 느껴진다. 다리에서 300여m 거리에 '정성을 다해 어루만지며 소원을 빌면 성취된다'는 용호장군잉태바위(남근바위)가 있다.

청양군의 중심부에 위치한 칠갑산이 '청양고추'와 '콩밭 매는 아낙네야'를 떠올리게 한다. 칠갑산 한치고개 옛길의 칠갑광장휴게소에 가면 늘 '콩밭 매는 아낙네야'가 흘러나온다. 이곳에 최익현 동상과 칠갑산 노래비, 칠갑산 정상으로 가는 산길에 천문대가 있다. 한치고개 아래 대치터널을 지나 칠갑산 장승공원으로 향한다.

장승공원에서 얼굴과 모양이 다른 장승들을 구경하고 천년고찰 장곡사로 간다. 그냥 천천히 걷고 싶은 장곡사 길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가을철에 특히 아름답다. 신라 문성왕 때 보조 승려가 창건한 장곡사의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미륵불괘불탱은 국보, 상대웅전·하대웅전·금동약사여래좌상은 보물이다.

차가 부지런히 대천해수욕장으로 달린다. 대천해수욕장은 여름이면 수십만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이곳에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머드축제가 열린다. 조개껍질이 섞인 단단한 모래사장, 해수욕을 즐기기에 알맞은 수심, 3.5㎞에 이르는 긴 해안선과 울창한 송림이 대천해수욕장의 자랑거리다.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은 예정에 없던 곳을 들리게 된다. 청주로 가는 길에 정산면 소재지의 길가에서 서정리9층석탑(보물 제18호)을 카메라에 담았다. 주변에 연을 심어 석탑의 풍경이 예전보다 아름다워졌다.

어느 여행지든 갈 때마다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러 번 다녀간 곳이지만 이번 여행은 마음이 맞는 옛 친구들과 함께해 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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