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해적] 상처치유 진행 … 현장에선 원상태로

2011년 5월 18일 수십 년 일해 왔던 일터에서 달랑 '직장폐쇄 공고' 한 장에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쫓겨났다. 당일 칠흑 같은 자정 십 수 명의 노동자들이 헤드라이트를 끈 대포차에 치어 중경상을 입었다.

6월 22일 10시경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노동자들에게 헬멧과 사제방패로 무장한 용역깡패들이 소화기를 뿌려대며 폭력을 휘둘러 십수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일 저녁 경찰은 수천 명의 완전무장한 병력을 동원, 맨몸의 노동자들에게 물대포를 쏘며 곤봉과 방패로 사정없이 찍어 또다시 수십명이 중경상을 입고 10여명이 이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다.

27명의 노동자들이 이로 인해 해고가 됐으며, 100여명이 중징계를 당했다.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배신한 이들은 회사의 사주로 어용노조를 결성하고 그동안 자신들이 쟁취해 왔던 모든 권리를 포기하려 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겪은 이후 이들 모두는 공통적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다. 감정의 기복이 이전과 달리 주체할 수 없고, 가족 친지와의 일상적인 대화중에도 급작스런 가슴통증과 울분으로 자신도 모르게 욕설과 난폭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같은 회사의 동료임에도 선복귀한 어용노조 조합원들 대하는 민주노조 조합원들의 대응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욕설과 폭력을 동반하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때는 통제되지 않는 불안과 분노로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수백 명의 노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일하며 가족이라 믿었던 회사에 잊을 수 없는 치욕과 배신을 당했다.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용역깡패와 경찰의 폭력에 씻을 수 없는 외적 상처와 정신적 장애를 당했다. 10명은 난생 처음 구속돼 교도소를 갔다 왔으며, 100여명은 해고와 징계를 당해 수입이 없어 원만한 가족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공장안에선 질식할 것 같은 관리자들의 통제로 순간 순간 솟아오르는 살기를 애써 억누르고 있다.

비단 민주노조에 남아있는 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농사일을 위해 경운기를 몰고 가던 어용노조 조합원은 투쟁과정에서 구속됐다. 풀려난 최 모 조합원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경운기 채 논두렁에서 논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웃지 못할 사건도 일어났다.

어용노조 조합원들 역시 생계를 위해 조합원들을 배신하고 복귀한 것에 미안함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 가족들 역시 마지막까지 투쟁의 대열에 남아있던 노동자들의 가족을 제대로 대하지 못하고, 아이들은 집단 따돌림 등 치욕 속에 전학을 하기도 했다.

유성기업 자본의 아귀 같은 이윤추구의 결과다.

아산공장의 경우 이런 조합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정신치료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평가는 꼭 긍정적이지 않다고 한다. 잠시 치료를 받으면 상태가 호전되다가도 전쟁터 같은 현장으로 돌아오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당연하다. 트라우마의 근원이 치유되지 못했으니 호전될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는 없을까? 너무나 당연히 2011년 5월 18일 이전으로 돌아가면 된다. 노동조합이 다시 하나가 되고 폭행을 당했던 가해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치료비 일체와 금전적 정신적 보상을 하고 사죄해야 한다. 해고 징계를 무효화 하고,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유시영 사장이 사죄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또한 현대자동차 자본의 주구가 되어 불법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한 MB정부 역시 사죄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요원한 일이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한다. 그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일! 유성 올빼미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함께 어깨 걸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음을 보여주면 된다. 유성 올빼미들이 서울 강남 바닥에서 노숙을 진행하고 있고, 7월 8일 청주에서 희망식당 3호점을 두번째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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