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계수나무]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는 왕소나무의 거주지 주소입니다. 왕소나무가 그곳에 거주해 온지는 무려 600년이라고 합니다. 조선 초기부터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았습니다. 총칼을 들고 그곳을 지나던 왜군을 보았을 것이고 대포를 들이대던 6·25도 겪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지에 줄을 매어 아이들을 그네 태웠을 것입니다. 조선의 아이들을 태웠겠지요. 일본 말을 배우기 싫어하는 시무룩한 아이들도 태웠을 것입니다. 우리 할머니도 태웠을 것입니다.

푸른 하늘로 맑은 웃음이 날아갈 때 소나무는 간지러워 우직하게 웃었을 것입니다. 번개치고 천둥이 우는 날엔 긴밤을 신음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짧은 세월을 살다가는 우리도 이런 저런 일을 다 겪는데, 600년을 살아 온 왕소나무의 사연은 책으로 몇권을 쓰고도 남겠지요. 그러나 속으로 삼킨 사연들은 괴로움이나 즐거움이나 모두 나무의 속살로 스며들어 지금은 마치 신이 된 듯합니다. 이젠 서 있기조차 힘들어 지팡이를 짚고 있습니다.

왕소나무는 천연기념물 290호로 키가 12.5m, 둘레는 4.7m이고 1980년까지 성황제를 지내던 신목이었습니다. 이런 소나무가 세 그루가 있어 이 마을을 삼송리라 불렀는데, 두 그루의 나무는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랜 세월을 우직하게 견디다보니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용소나무 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하여도 이곳은 차가 자주 다니지 않던 시골이었기에 금강소나무처럼 붉은 등걸을 하고 있는 왕소나무는 맑은 공기 속에서 자라 이만큼 견딘 것 같습니다. 아니면 구불구불 하게 생겨서 일제에 착출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나무 등걸 속에 켜켜히 쌓여 있는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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