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예전부터 이곳 지리를 잘 알고 있던 동료교사가 어느 날 점심시간에 '강 선생! 여기서 약 5분 거리에 왕소나무가 있는데 정말 멋지다. 바람쐴 겸 한번 가볼래?'라는 제의에 그저 잠깐 20여분 바람이나 쐬려고 길을 나섰다. 멀리 큰 소나무 한 그루가 보였는데 '크기는 크구나!' 라는 생각만 있을 뿐 의식하지 않고 왕소나무 가까이에 다가갔다.
'아, 세상에….' 나는 그저 멍하니 왕 소나무를 올려다보며 한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말 세상에 이런 소나무가 있다니. 소나무를 떠나서 이런 나무가 세상에 존재하고, '내가 살아생전 이런 나무를 볼 수 있다니?'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왕 소나무의 유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되어 있었다. '천연기념물 290호, 수령이 약 600여년, 높이 12.5m, 둘레4.7m, 꿈틀대는 용이 하늘을 승천하는 모습처럼 보여 '용송'으로 불림, 성황제를 지내던 신목으로 마을 이름 삼송리(三松理)에서 알 수 있듯이, 가까이에 있었다는 왕 소나무 3그루 중 현재 이 것만 남아있음' 정말이지 이런 소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이었다.
크기도 크거니와 생김새와 전체 조형미가 완벽할 만큼 아름다웠다. 크기로 인해 웅장함은 기본이고, 섬세하게 꼬여있는 가지들이 마치 인위적인 분재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송면중학교를 떠난 이후에도 필자는 가끔씩 이 왕소나무가 보고 싶어 일부러 몇 번 들러 소나무와 재회하곤 했다. 이런 엄청난 소나무가 지난 태풍으로 쓰러졌다. 뿌리가 송두리째 드러났다.
방송에서 소식을 접하고는 지난주 토요일에 시간을 내서 왕 소나무를 보러 갔다. 벌렁 드러누운 소나무의 모든 나뭇가지를 붕대로 칭칭 감고 각종 지지대로 기대어 빌딩 기초공사에서나 볼 수 있는 상태로 보존공사가 진행되었다.
다행이 누워있는 상태에서도 솔잎들이 아직 생기가 남아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었지만,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살아있는 조형물이 쓰러져 누워있는 모습은 큰 상실감으로 되돌아왔다.
몇몇 관심 있는 무리의 사람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연신 왕소나무 주변을 서성거린다. 때론 긴 한숨, 때론 카메라로 찰칵찰칵, 대체 이 사태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라는 물음과 대답은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간절히 기원했다. 제발 드러누운 채라도 살아서, 600년 위용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