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작가 30년' 서울 이어 청주전시 나선 이홍원

"가장 강한 동물의 상징이 호랑이이고, 가장 약한 것이 꽃인데 내 그림은 가장 강자와 가장 약자의 상생이 주제에요. 함께 어울려 살아야죠."

호랑이가 꽃을 입었다. 이홍원 화백의 작품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무섭고 잔인한 맹수가 아닌 꽃을 보고 웃고 작은 새와 소박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해학적인 호랑이다. 털털한 그의 웃음처럼 그의 작품에는 평화와 조화, 상생과 동심의 세계가 녹아있다.

이야기가 있는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는 지역 중견화가 이홍원 화백이 이달 5~11일 서울 인사동 전시를 마치고 현재 청주 우민아트센터 2012주제기획 '집합적 멜랑콜리:향토적 서정주의'전에 참여하고 있다. 오는 11월 1~8일에는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이어간다.

"20년만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했는데 30년 작가 인생에 새 마음을 다졌습니다. 앞으로는 '지금 화단에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작품활동할 겁니다."

청원이 고향으로 청원군 문의면 폐교를 개조한 마동창작마을에서 15년째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민초의 삶을 특유의 민중적 정감 아래 장난기어린 마음으로 담아내왔다.

"대학졸업 후 80년대 중후반에는 도시 윤락가 여성들을 종이부조형식으로 많이 그렸는데 그때 '내가 화가구나'라고 생각했었어요. 예술과 함께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죠. 그러던중 88년 하숙집에 불이 나 작품 150여점을 잃었죠. 그래서 저는 옛날작품이 없어요. 이후 95년 서울을 떠나 고향에 내려왔어요."

이번 우민아트센터 전시에서는 전시장 한 벽면을 가득 채우는 1천호 크기의 산(山)시리즈 '숲속의 노래-사계(겨울)'를 걸었다. 그동안 소나기 시리즈, 산시리즈, 민중들의 소박한 삶을 담은 시리즈 등을 그려왔고 머지않아 백두대간 산시리즈를 완성할 계획이란다.

"작가로서 가장 하고 싶은 건 서울예술의전당을 통째로 빌려서 그동안의 제 작품들을 보여주는 거에요. 청주예술의전당 전관에서는 개인전을 해봤고 작품도 충분히 갖고 있는데 여건이 안되네요."

30년 전업작가 인생, 요즘은 예술에 대한 고민이 부쩍 늘었단다.

"제 작품의 최종 목표는 만화를 회화화하는 것! 일상적이고 고정된 인식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요. 내년 전시는 만화로만 갈 겁니다."

공공미술이 투명해지고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일침도 놓았다.

"공공미술이 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니라 흉물이 되고 있어요. 좋은 작품을 제대로 뽑지 않았기 때문이죠. 창의적인 것이 없어. 그럴 바에는 공공미술 할 필요가 없죠. 올 여름에도 청원군 조형물 공모사업 표절논란이 있었는데 외부심사위원으로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신진작가들의 앞길을 가로막지 않도록 자격조건을 넓혀 작품만 좋으면 누구나 공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강조한다. 작업의 첫 신조는 남들이 하는 것은 안하는 것이라고, 이홍원 화백은 17회 개인전, 100여회 단체전의 경력을 갖고 있다. / 김미정

mjki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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