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건설사 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 잇단 위기감

#사례 1=청주지역 토공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4)사장은 "해가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날씨에 대비해 짜투리 시간까지 활용하며 공사를 진행해 기성고를 올렸지만 종합업체들도 극심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일부 기성만 지급하는 상황이라서 어떻게 추석자금을 조달할지 막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추석을 앞두고 사상 최악의 자금난을 겪으면서 추석이 지나면 곧바로 건설업을 정리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사례 2=청원지역 철콘업체 대표인 박모(58)씨도 "25년간 업체를 운영해 왔지만 올해 추석이 제일 힘들다"면서 "여러 현장을 돌며 읍소도 하고 떼도 써봤지만 추석기성을 지급하는 곳은 없다. 급전이라도 빌려야 할 판국"이라고 말했다.

#사례 3=청주 일반건설업체인 한 대표도 "현재 지역 건설업은 IMF시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제 건설업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환경으로 얼마전 도산한 동종업계 지인이 많이 부럽다"며 기업을 정리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했다.



◆1군 건설사들도 '와르르'=이 같은 사정은 1군 건설업체들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 시공순위 38위 극동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건설업계에 또다시 부도 공포가 퍼지고 있다.

특히 건설 업계에서는 시공능력 평가순위 10대사를 제외한 모든 건설사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극동건설은 지난 25일 만기 도래한 어음 150억원을 막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이에 따라 100대 건설사 중 법정관리 또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는 극동건설을 포함해 총 21개사가 됐다.

건설사들의 줄이은 몰락의 주요 원인은 금융위기 이후 풀리지 않은 건설·주택시장 침체에서 찾을 수 있다. 대다수 건설사가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미분양과 공공 발주물량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건설사들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쓰러지는 건설사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업계의 걱정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늘리기는 했지만 역부족이라 추가적으로 시장을 살릴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도급 지역 전문건설업계, "올해처럼 막막한 적 없었다" 최악의 추석=또한 지역 전문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오랜 불황과 이익창출이 어려운 공사수행 등으로 의욕을 잃은 전문건설업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다 못해 기업 경영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굳힐 정도로 전문건설업체들이 최악의 추석을 맞고 있다.

업체들은 지속되는 수주난에 따른 기성고 저하에도 저항력이 생겼고, 수년간 여름부터 추석 전까지 반복되는 폭염과 늦장마까지 예견하며 대비했지만 올해처럼 추석 명절이 막막할 때가 없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전문건설업계는 경영환경 악화와 대목 자금마련에 몸살을 앓기 때문인지 최근 몇 년간 추석을 쇠고 나면 연말까지 자진폐업을 하는 업체수가 대폭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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