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경남 FC의 수문장 김병지(42)가 개인통산 6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김병지는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5라운드 FC서울과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개인통산 600번째 출전 기록을 세웠다.

김병지가 누볐던 발자취가 곧 K리그의 역사였다. 그는 모든 기록에 '최초'와 '최다'의 수식어를 달며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김병지의 600경기 출전 기록은 프로축구 30년 사상 전례가 없는 대기록이다. 김병지는 1992년 울산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후 20년 째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K리그를 지켜왔다.

K리그 첫 '골 넣는 골키퍼'로도 이름을 알린 김병지는 K리그 최초 600경기 출장, K리그 최초 200경기 무실점(클린시트) 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K리그 최다 경기 출장, K리그 최다 무실점(클린시트) 기록까지 갖고 있다.

김병지의 대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20일 열리는 하나은행 FA컵 결승을 앞두고 있어 나날이 기록을 새로 쓸 예정이다.

이날 42세 5개월 25일로 기록을 세운 김병지는 2년 2개월 여만 더 뛰면 현재 경남의 골키퍼 코치를 맡고 있는 신의손(44년 7개월 9일)의 최장수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김병지가 이같은 기록을 갖게 된 배경에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자리잡고 있다. 2004년 4월3일부터 2007년 10월14일까지 153경기 연속 무교체 출장기록이 이를 입증한다. 자기관리 없이는 이 같은 대기록을 달성하기 힘들다.

김병지의 대기록은 해외 사례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잉글랜드 대표선수를 지낸 피터 실턴(63)은 1996년 은퇴할 때까지 레스터시터, 볼턴 등에서 31년간 리그 1005경기에 출전했다. 대표팀에서는 125경기를 뛰었다.

옛 소련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던 레프 야신(1990년 61세 사망)은 1971년 41살로 장갑을 벗을 때까지 디나모 모스크바에서만 326경기에 주전으로 출전했다. 그는 국제대회 78회 출전 등 총 812경기에서 골문을 지켰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08년 1월. 허리 디스크 부상을 당해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재활에 전념했고 이듬해 경남으로 옮겨 현재의 대기록을 일궈냈다. 김병지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화려하게 '비상(飛上)'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대기록 달성의 기쁨을 홈팬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김병지는 "홈경기에 맞춰 600경기 기록을 세우고 싶었는데, 뜻밖의 상황으로 원정에서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경기장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내게 주어지는 책임이 있으니 계속해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속팀 경남은 오는 28일 포항과의 홈 경기에서 김병지의 아쉬움을 달래줄 예정이다. 김병지의 600경기 출장 기록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날 경남 홈 팬들의 축하 속에 직접 제작한 600경기 출전 기념 트로피를 수여하며 대기록 달성을 축하한다.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4~5년 더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2년 정도 더 뛰어 700경기 출전 기록을 꼭 채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말했다. 그가 새롭게 쓸 K리그의 역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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