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4·두산 베어스)가 잊고 지내던 병살과의 악연에 또다시 고개를 떨궜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8일 잠실구장.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현수는 병살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2008년 한국시리즈 3차전과 5차전 9회말 만루에서 벌어진 아픈 기억에 대한 복기였다.

"모처럼 가을야구를 하니 취재진도 많아 즐겁다"는 말을 연신 내뱉은 김현수는 "병살타 이야기만 하는데 2007년과 2008년, 2009년 가을에는 홈런도 쳤다. 다만 병살타가 기억에 오래 남았을 뿐"이라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김현수는 전날 미디어데이에서도 "손아섭이 플레이오프 병살타 이후 '현수형의 마음을 알겠다'고 말한 기사를 봤는데 한국시리즈 병살타 2개와 플레이오프 병살타 1개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아픈 기억을 조금씩 떨쳐내는 듯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김현수의 병살타는 이날도 재현됐다. 9회 초구를 건드린 것도 앞선 두 차례와 같았다.

김현수는 5-5로 맞선 1사 1,2루 때 타석에 들어섰다. 안타 한 방이면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던 중요한 상황이었다.

김현수는 김사율의 초구 변화구를 정확히 받아쳤다. 1루수 키를 넘고 끝내기 안타가 될 듯 하던 타구는 점프 캐치를 시도한 박종윤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박종윤은 귀로하던 오재원보다 먼저 베이스를 찍어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몇 발짝 떼지도 못한 채 아웃을 확인한 김현수는 그대로 누워 버렸다. 잠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난 김현수는 자신도 믿기지 않은 듯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9회에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두산은 10회초 3점을 내줘 패했다. 김현수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장면이 또 하나 늘어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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