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포수 강민호(27)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용덕한(31)이 친정팀에 본때를 보여줬다.

용덕한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2 팔도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8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해 1-1로 맞선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결승 솔로포를 터뜨리는 등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해 롯데의 2-1 승리에 앞장섰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용덕한의 비중을 크게 보는 이는 없었다. 롯데에는 든든한 '안방마님' 강민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민호가 부상을 당하면서 용덕한이 기회를 잡았다.

강민호는 지난 8일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중견수 전준우의 송구를 받다가 불규칙 바운드가 형성된 송구에 왼쪽 눈 부위를 맞아 부상을 당했다.

왼쪽 눈 검은 눈동자에 피가 맺혀 이날 출전이 불가능했다. 3차전부터는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날은 출전할 수 없었다.

지난 8일 열린 1차전에서 교체 출전해 2타수 1안타 1득점으로 나쁘지 않았던 모습을 보인 용덕한은 결승 솔로포를 날리는 등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면서 롯데에 2연승을 안겼다.

이날 용덕한의 활약은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것이기도 하다.

용덕한은 지난 6월 두산과 롯데과 용덕한, 김명성을 맞바꾸는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하면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04년 프로 무대를 밟은 뒤 두산에서만 뛴 용덕한은 정들었던 친정팀에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두산 시절에도 가을잔치 때 강한 모습을 보였던 용덕한은 이번에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가을 사나이'의 면모를 과시했다.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던 용덕한은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같은 방향에 땅볼을 쳤다.

용덕한의 방망이는 경기 후반 날카롭게 돌아갔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7회 1사 1루에서 용덕한은 중전 안타를 쳐 흐름을 롯데 쪽으로 돌렸다. 용덕한의 안타로 1사 1,2루의 찬스를 만든 롯데는 문규현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날려 동점을 만들었다.

용덕한은 1-1로 팽팽히 맞선 9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구원 홍상삼의 4구째 시속 146km짜리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결승포를 작렬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났다. 용덕한은 공격보다 수비가 강한 포수다.

이날 용덕한은 선발 쉐인 유먼을 6이닝 1실점 호투로 이끌었고, 최대성(⅔이닝)과 강영식(⅓이닝), 정대현(1이닝)을 무실점 피칭으로 인도했다.

용덕한은 5회말 2사 1루에서 유먼이 폭투를 저지른 사이 2루를 밟은 뒤 3루까지 뛰려는 김재호를 정확한 송구로 아웃시키기도 했다.

용덕한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 상금 100만원과 인터컨티넨탈호텔 100만원 상당 숙식권을 품에 안았다.

용덕한은 "내가 홈런 타자가 아니어서 홈런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변화구를 노렸는데 한가운데로 직구가 왔다"며 "나도 모르게 방망이가 나갔는데 잘 걸려서 홈런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친정팀 두산이어서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며 "그러나 이제는 롯데 소속이다. 두산이 전체적으로 팀을 꾸리면서 나를 제외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선수의 앞길을 막지 않고 트레이드를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함께 배터리를 이루기도 했던 홍상삼에게 홈런을 뽑아낸 것에 대해 "홍상삼은 공이 워낙 좋은 투수여서 자기 공을 믿고 던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홍상삼이 준플레이오프 최다 피홈런 타이 기록(4개)를 세웠다는 말에 용덕한은 "불명예 기록이기는 해도 타이기록이 아닌가"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가을에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용덕한은 "주변에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 고마운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3차전에는 강민호가 나갈 것이라고 말한 용덕한은 다시 백업의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저는 이제 뒤로 빠지겠습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양 감독은 "큰 경기에서 속된 말로 미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기대하지 않는 선수가 나와야 성적을 낼 수 있다"며 "박준서, 용덕한 등 기대하지 않은 선수가 해줘 고맙다. 용덕한은 수비형 포수이지만 가을에 강한 선수다. 강민호가 부상을 당해 팀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용덕한이 잘해줬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이 예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차전 주전 포수에 대해 양 감독은 "강민호의 상태를 보겠다. 내일 진료를 받아봐야 상태를 알 수 있다"며 "강민호 상태가 괜찮다면 우리팀 에이스는 강민호이니 강민호를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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