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그림엽서> 김덕근

온밤 바람을 맞는다
무거운 발자국 휑한 도로의 능선
달궈진 낙엽을 무수히 버무리고
초경량 삼단 우산에 매달려
내팽개쳐진 신발의 범벅
주어진 중력을 믿는가
멀리 입 다물고 있는 흐린 불빛
주름살 깊은 식당 지범거리는
노숙자처럼 배회하는 사이 얼얼하게
너겁처럼 무성한 바람의 밑둥
서둘러 발길을 펄럭이게 하는
바람의 혀, 모자란 골몰을
툭툭 털며 뻔한 조바심에도
속앓이 켜켜이 후려쳐 가벼워지는
바람을 맞는다 온밤

/ 엽서시동인 제공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