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예술포럼, 예술윤리 세미나

"공공미술의 생명은 독창성입니다. 이런 저런 타인의 작품에서 부분적으로 짜깁기하거나, 장소 특성과 무관한, 즉 시대정신이나 창의성과 거리가 먼 수준미달의 사이비 공공미술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대중이 문제제기하기 이전에 작가 자신이 문제점을 자인하고 물러나는 게 양심적일 것입니다."<윤범모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장, 가천대 교수>

"표절을 밝히는 과정이 시간과 인내를 상당히 요할지라도 우리 사회와 예술계의 건강성, 예술가들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는, 천민자본주의의 노예화가 빚은 '영혼의 도둑' 표절을 걸러내야 합니다"<홍경한 미술평론가, '경향 아티클' 편집장>

"현대미술에서 표절이 교묘하게 처리되더라도, 유명작가로서의 명성이 있더라도 이미지의 차용이나 표절 같은 눈속임은 용인될 수 없어요."<박종석 미술평론가>

지난 5월 시작된 청원군 문의면 '문화예술의 거리' 공공조형물 표절논란에 대한 국내 공공미술 심사·비평 권위자들의 성토다.



충북문화예술포럼 주최로 16일 오후 3~6시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술 표절과 예술 윤리' 세미나에서 이들은 이같은 의견을 쏟아냈다.

윤범모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장은 '공공미술의 범람과 독창성의 문제'의 주제발표에서 "그동안 미술계에서 크고 작은 표절시비가 적지 않았다.

어떤 경우는 표절 당사자가 자인해 해결된 것도 있고, 심사위원의 재심사를 실시하거나, 제3자의 평가로 해답을 얻은 경우도 있다. 문제는 작가적 양심이다. 여태껏 표절작품 시비를 자초한 작가치고 훌륭한 작가로 성장한 경우가 없었다"며 표절 작가의 양심을 문제삼았다.

이어 "표절문제는 미술계 내부에서 풀어야 한다"며 "판사는 미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 모임에서 논란의 작품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검토를 거쳐 해결하는 게 옳다"며 전문가집단의 판단을 통한 해결에 힘을 실었다.

특히 그는 "100년, 1천년 이상 남을 공공미술은 전문적 검토 아래 공명정대하게 공모를 실시해야 한다"며 행정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충고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도 '빈곤한 예술정신이 낳은 쓰레기 '표절''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매우 자유롭고 개방적인 미술은 표절과 창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진위를 판별하기 어렵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공익적 차원에서 여론화시키고 그로 인해 예산 집행을 불가능하게 해 경각심을 심어주면 된다"면서 "표절작품과 연계된 이가 있다면 고발 등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표절 근절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표절행위'란 누군가의 오랜 시간과 노력 및 경험을 강탈하는 파렴치한 짓이고, 자신의 것인 냥 위장하려는 의도가 확연하다는 점에서 윤리의식의 결여이자 '영혼의 도둑질'이라고 평했다.

박종석 미술평론가는 표절 개념과 세계 표절사례를 소개하면서 표절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1964년 워홀이 사진잡지에 실린 꽃 이미지를 무단도용해 표절판정을 받은 사례, 2010년 중국사진예술전 수상작이 10년전 사진책자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상이 취소된 사례 등을 소개했다.

충북전문가에서 나아가 국내 전문가들을 초청한, 예술작품 표절의 주제로 한 다섯번째 세미나에는 박종관 충북민예총 이사장, 이재희 충북문화예술포럼 대표, 강성택 충북도 문화예술과장 등 50여명의 예술가가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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