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만나다] 하순복 作

요즈음 선인장을 키운다. 오랜 침묵끝에 품고 있던 열정을 화려한 꽃으로 피워내는 선인장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선인장을 키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물주기이다. 선인장이 품고 있는 물의 양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이 많으면 꽃은 썩어버리고 물이 적으면 꽃은 말라 버린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붓질이 그림을 무겁게 만들고 무심한 붓질이 그림의 생기를 잃게 하지 않던가. 아직, 나는 선인장을 키우는 일도 그림을 그리는 일도 어렵다. 하지만 선인장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기에 오늘도 나는 아름다운 선인장 꽃을 보며 붓을 잡는다.

▶약력 = 1978년 숙명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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