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더 아름답다, 진천 이원아트빌리지

나무가 초록을 벗고 가을을 입는 요즘, 이 가을에 가면 더 좋은 미술관이 있다.

진천군 이월면 미잠리 306-1에 위치한 이원아트빌리지는 1만5천여평의 자연속에 묻혀져있는 미술관 마을이다.

7개의 전시공간에서 400여점의 현대미술작품이 전시되고, 좁은 골목, 색색이 담장 곳곳에 조각작품 50여점이 세워져있는 거대한 미술관이다. 300여 그루의 울창한 소나무와 200여종의 야생화는 가을의 정취와 깊이를 더한다. 산책하듯 둘러보다 보면 자연도, 예술도, 건축물도 나와 하나가 된다.

주전시관인 상촌미술관으로 향하는 층층이 계단에서 관람객들을 맞는 조각작품은 한국미술협회 부회장을 지낸 유명조각가 박병욱씨의 '기다림'(1978년)과 '해갈'(1993년). 인체에 담긴 정서적 분위기를 조형화한 그의 예술세계가 잘 녹아있는 작품으로, 꽤 알려져있는 작품이다.

주전시관은 3개의 주전시실로 구성돼 상촌미술관 소장품 400여점을 보여준다. 주로 1980년대 이후 국내현대미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대표작가 곽덕준, 최영림, 송번수, 곽훈, 서정태, 송수남, 박병욱, 곽인식 등의 작품이 상설전시된다.

한국현대작가전에서는 캄보디아 소폰 삼칸 작가의 사마귀작품(2004년)이 눈길을 잡는다. 캄보디아 내전을 대표했던 살상무기를 사용해 크메르주르폴폿 정권때 가족을 잃은 캄보디아인들의 슬픔을 표현한 애잔한 작품이다.

또다른 주전시실에서는 한 손에 새, 머리 위에 나비가 내려앉은 소녀의 옆모습을 그린 박항률 작가의 새벽시리즈(1997년), 제천에서 작업하는 판화가 이철수 화백의 '저녁해'(1998년)와 '벽'(1997년) 목판화작품, 신문지 위에 여인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드로잉한 최영림의 '여인'(1974) 이 눈에 띈다.

메인광장의 오른쪽에 위치한 '샛길'갤러리에서는 건축가 이상헌 교수의 '도예와 빛' 작품이 전시돼 잠시 고요한 오렌지빛의 세계에 빠지게 한다.

메인광장의 왼쪽 목련마당을 비롯한 8곳의 쉼터에서는 자연을 느끼며 잠시 쉬워갈 수 있다. 흰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가을빛 담쟁이와 곳곳에 숨겨져 있는 조각작품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건축과 예술, 자연과 휴식이 어우러지다 보니 사진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대전에서 왔다는 관람객 최은철(30·직장인)씨는 지난 19일 친구와 나란히 DSLR 카메라를 메고 찾았다.

최씨는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원아트빌리지 소개글을 보고 사진으로 담고 싶어 하루 휴가를 내고 왔다"면서 "면적이 넓어 편안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보고 있는데 건축물도 훌륭하고 예술작품 보는 재미도 있다"고 만족해했다.

이곳은 원래 건축물로서 먼저 주목을 받았었다. 건축가 원대연·사진작가 이숙경씨 부부가 도시에서 내려와 직접 집을 짓고 생활하면서 꾸민 것으로, 90년대 후반에 지어진뒤 2005년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 수상을 계기로 건축관련 전문가들의 발길이 늘면서 2005년 개방하게 됐다.

이원아트빌리지의 건축물들은 건축물이 단독으로 돋보이기보다는 자연의 뒤에 서도록 한 것이 특징으로, 건축물 개개의 완성도 못지않게 그들 사이에 생기는 공간에 주목하고 여백을 둔 점이 인상적이다.

이원아트빌리지 오정민 아트디렉터는 "건축물을 공부하는 이들과 사진에 관심있는 젊은층들이 관람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자연경치가 좋은 10~11월, 4~5월에는 한달에 500여명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예원당 전시실에서는 미선나무, 애기똥풀, 패랭이꽃 등 이원아트빌리지 정원 안에서 매년 피고지는 야생화 200여종이 사진으로 전시된다. 이원아트빌리지 관장인 사진작가 이숙경씨가 직접 촬영한 작품들. 작은 연못이 위치한 하늘못 정원에는 노란 PP-C 파이프로 만든 바나나 조형물이 노란 단풍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시뿐 아니라 음악회와 교육, 회의도 열린다. 지난 6, 8, 9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의 음악회가 열렸었고 다음달에도 음악회가 잡혀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개관은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입장료 성인 5천500원, 학생 3천500원. ☎043-536-7985. / 김미정

mjki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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