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만나다] 김형석 作

오늘의 사회는 금지와 명령의 부정성을 토대로 조직된 억압사회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자처하는 성과사회로 변모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동은 인간의 내적 영혼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자아는 이제 복종적 주체에서 성과주체로 변모한다. 성과주체는 외부의 감시와 압력을 자기 안에 내면화해서 자기 주도적으로 대체한다. 하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으려는 절대경쟁은 자유롭다는 착각의 감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결국,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를 마모시키며 탈진상태에 이르도록 만든다.

결국, 내게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소재나 그것이 지시하는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간혹, 우리 삶에 주어진 장면과 장면 사이로 벌어진 틈에서 세계의 무한한 얼굴들의 일부를 엿보고 그것을 기억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성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감당해야 할 시간과 존재와 상황들의 무게를 잘 견디어 내는 것으로 일단은 충분하다.

▶약력 = 1969 서울 생, 1999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서양화전공 졸업, 199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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